치프라스 '변덕'에 꼬이는 그리스 사태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5.07.0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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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 조건 수용'에서 다시 '긴축 반대' 급선회…'그렉시트 선언'에 유로존 당혹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사진제공=블룸버그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사진제공=블룸버그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변덕이 유럽을 뒤흔들고 있다. 구제금융 조건을 대부분 수용하겠다고 했던 그는 불과 몇 시간 만에 국영TV를 통해 국민들에게 긴축 반대를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선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치프라스 총리는 1일(현지시간) 국영 TV 연설에서 유럽엽합(EU) 지도자들이 그렉시트를 빌미로 그리스 유권자들을 협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리스 정부가 지난 29일 은행을 폐쇄한 것도 국민투표를 의식한 '극단적인 보수세력'의 위협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는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조건에 대한 찬반 여부를 오는 5일 국민투표로 묻기로 했다. 은행 폐쇄 등으로 위기감이 커지면서 그리스에서는 구제금융 조건인 긴축에 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세를 불리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 "오는 6일에는 그리스 정부가 국민투표 후에 협상 테이블에 앉아 그리스 국민을 위해 더 좋은 조건을 이끌어낼 것"이라며 "국민의 심판은 정부의 의사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국민투표에서 '반대' 결과가 나오면 보다 유리한 고지에서 채권단과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치프라스 총리의 강경 발언은 불과 몇 시간 전에 그가 채권단에 보낸 편지의 내용과 상반된 것이다. 그는 이 편지에서 기존 구제금융 조건을 대부분 수용하겠다고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글로벌 금융시장 지표엔 곧바로 그리스 낙관론이 반영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유로존 관리들 사이에서는 그리스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구제금융 조건을 둘러싼 채권단과의 입장차가 여전히 크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게다가 그리스가 전날 요구한 3차 구제금융은 별개라는 지적이 낙관론을 잠재웠다.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지난달 30일에 이미 끝난 만큼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 여부는 새 구제금융 협상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게 유로존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독일 의회에서 추가 협상은 그리스의 국민투표가 끝난 뒤라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도 전화회의 뒤에 발표한 성명에서 오는 5일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끝낼 때까지 추가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치프라스 총리의 변덕이 유로존 관리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며 일부 관리들은 그의 연설을 '그렉시트 선언'으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그리스 사태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요한 판 오페르트펠트 벨기에 재무장관은 이날 유로그룹 전화회의 뒤에 기자들에게 "분노과 실망이 뒤섞였다"며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특히 치프라스 총리의 연설이 찬물을 끼얹었다고 덧붙였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도 "이전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대한 합의를 이뤘을 때보다 확실히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고 거들었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리스 매체 유로투데이(euro2day)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그리스 국민 1000명 가운데 국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답한 이는 47%로 반대 의견(43%)을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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