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20돌…재정·입법권 약한 '무늬만 자치'

머니투데이 이현정 기자 2015.07.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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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지방고유 사무·지방세 비중 20% 수준 '2할 자치' 벗어나야"

1995~2015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 현황./ 자료제공= 행자부 1995~2015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 현황./ 자료제공= 행자부


1일로 지방자치 도입 20주년을 맞았다. 6번의 선거를 치르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늘어나는 사회복지비 부담과 국세에 편중된 재정구조로 지방의 살림살이는 도리어 빠듯해지는 형편이다. 자치사무의 비율도 20%, 지방세의 비중도 20%에 불과해 분권을 강하게 주장하는 전문가들로부터 ‘2할 차지’ , ‘무늬만 자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013년까지 줄곧 50%대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50% 이하인 44.8%로 떨어진데 이어, 올해도 45.1%로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1995년 63.5%였던 재정자립도가 20년 만에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평균의 함정’을 걷어내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올해 재정자립도가 한 자릿수인 지역은 전국적으로 무려 59곳이나 됐다. 그중 전남 신안군과 완도군은 5% 이하 수준이었다. 사정이 낫다는 서울 25개 자치구도 최근 2~3년 사이 평균 재정자립도 30%선이 위협 받을 정도로 추락했고, 노원구(15.9%), 강북구(18.6%), 도봉구(19.5%), 은평구(19.8%) 등 4곳은 10% 선에 불과했다.

이는 갈수록 급증하는 사회복지비 부담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홍환 시도지사협의회 선임위원은 “사회복지분야 국고보조사업이 2006년 이후 계속 증가했고, 특히 2010년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 등 대규모 국고보조사업이 확대돼 지방비 부담액 역시 가중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사회복지 정책을 중앙정부의 재원으로 수행하지 않고 지방재정에 일부 분담시키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을 통해 자체 재원의 비중을 높이고 의존 재원을 축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범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선임 전문위원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국세와 지방세 비율 8대2가 20년 동안 변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라며 “지자체의 건전한 살림살이를 위해선 일본과 같이 6대4의 비율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구조가 지나치게 중앙 의존적이어서 지방재정의 자주성과 건전성을 해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 중심의 지방세 체계를 구축하고, 지방소비세율을 인상하는 등 지방세제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23일 부가가치세의 지방소비세 배분비율을 현행 11%에서 단계적으로 인상해 2020년까지 부가가치세액의 20%가 되도록 하는 내용의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사회복지정책에 대한 수요증가로 재정부담이 점증하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지방세 수입은 줄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자는 취지다.


자치사무와 입법권도 중앙정부에 치우쳐 있어 지방분권이란 성년에 도달하지 못하고 기형적인 형태의 ‘어른아이’로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 의회는 조례 제정권을 가지고 있지만, 자치 입법의 범위가 법률은 물론 대통령령, 심지어 부령의 범위까지 벗어날 수 없도록 돼 있어, 법률 취지를 살리되 지역의 실정까지 감안할 여지가 원천 차단돼 있다. 이 때문에 “법령의 범위”가 아닌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중앙 부처나 중앙 정치권의 입김이 여전한 것도 문제다. 재정부담이 수반되는 국가 업무가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지방은 해결만 강요당하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현재 지방의 고유사무는 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국가 위임 사무다.

이 전문위원은 “국가 위임사무는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이라 국가가 통제권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 사무를 늘려 권한을 이양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여권업무가 지방사무로 넘어갈 때 큰 일이 날 것처럼 반응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대민 현장업무, 민원업무는 오히려 지자체가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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