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외국인 선물 순매수 전환의 의미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2015.07.0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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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수선물시장에서 순매도 행진을 벌이며 국내 증시를 뒤흔들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수선물에 대해 순매수로 매매 방향을 전환했다. 이에 따라 현물시장의 매물압박도 그만큼 줄어든 모습이다.

1일 오전 11시24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5.87포인트(0.77%) 상승한 2090.07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는 2077.27(+3.07)로 장을 시작한 후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하락 전환하는 등 혼조세를 보였지만 개인이 순매수 규모를 키우면서 지수가 상승하고 있다.

이날 증시에서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외국인들의 선물 순매수다. 외국인들은 이날까지 지수선물 시장에서 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34분 현재 3214계약 순매수 중이다.



코스피200 지수선물 9월물도 모처럼 강한 상승을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각 전일 대비 2.50포인트(1.01%) 오른 254.80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들의 선물 순매수가 눈에 띄는 이유는 최근 외국인의 지수선물 매매에 따라 코스피의 급등락이 반복되는 '웩더독'(Wag the Dog·꼬리인 지수선물시장이 몸통인 현물시장을 흔드는 현상) 장세가 연출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6일 지수선물 9월물이 약세를 보이면서 시장 베이시스(선물과 현물 주식간 가격차)가 급격히 악화돼 프로그램 매매에서 매도 물량이 대량으로 출회, 코스피 지수가 2000선까지 하락한 뒤 가까스로 2028로 마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당시 증권가에서는 시장베이시스 상황이 추가로 악화될 경우 프로그램 매도의 2차 충격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됐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최근 들어 지수선물 시장에서 지수선물을 순매수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증시도 부담을 던 모습이다. 특히 그리스가 결국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음에도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펼치며 지수선물 9월물이 누적 기준으로 순매수로 돌아섰다는 점이 다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의 선물 매수는 궁극적으로 그리스 리스크가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외국인의 선물 매수로 웩더독 압력도 완화가 됐다는 점이 시장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의 경우 규모가 크지 않고 현물 시장에서는 매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은 2~3주 정도 선물을 먼저 매도한 후 현물을 매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선물 순매수는 매도를 일시적으로 멈췄다는 것으로 당분간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동휴 신영증권 선임연구원도 "선물뿐만 아니라 현물 시장에서도 순매수 형태를 보이고 있다면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현물 시장에서는 순매도 중"이라며 "최근 들어 선물 시장의 경우 시황을 기반한 매매가 많아지며 방향성이 자주 바뀌고 있어 외국인이 선물 시장에서 매도를 멈췄다고 보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외국인의 선물 매수에서 미결제약정의 증가가 매수 계약수를 넘어서는 만큼 언제 다시 매매 방향성이 변할지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미결제약정이 늘어난다는 건 신규로 들어오는 게 많다는 의미로 이 경우 단기자금일 가능성이 있다"며 "투기적 성격이 짙은 만큼 그리스 국민투표 후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 수석연구위원은 "다만 그리스 불확실성 해소로 매매 방향을 바꾸더라도 현물 시장에 주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물 시장 역시 불확실성 해소로 짓눌렸던 투심이 살아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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