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사업에도 베팅' 하버드도 놀란 이재현의 문화경영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5.07.01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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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무버가 세상을 바꾼다]글로벌 한류 꿈꾸며 미래에 투자하는 CJ

편집자주 '한강의 기적'으로 통하는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원천 기술은 선진국을 따라잡는 이른바 '캐치 업'이었다. 선진국이 시장을 개척하면 성실한 인적 자원과 정부 정책을 동원해 금세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싼 값에 내놨다. 신시장을 개척하지는 못했지만 열린 시장에서는 '패스트 팔로워'(발빠른 추격자)로서 저력을 보였다. 하지만 2000년대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모방을 통한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는 생존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는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창조적인 혁신 전략과 경영 철학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대한민국 퍼스트 무버 기업들을 조명한다. 내수 산업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전 세계에 한국의 문화, 뷰티, 식품, 유통 서비스를 전파하고 있는 기업들이 그 주인공이다.

'적자사업에도 베팅' 하버드도 놀란 이재현의 문화경영


'적자사업에도 베팅' 하버드도 놀란 이재현의 문화경영
CJ그룹의 20년 문화 사업은 유난히 굴곡이 많았다.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로서 수업료를 많이 내며 시장을 키우고 글로벌 시장에서 명성을 쌓았지만 정작 큰돈은 벌지 못했다. CJ가 영화와 방송에 투자를 시작한 후 국내 관련 산업 수출은 각각 315배, 13배 성장했지만 이를 주도한 CJ E&M은 지난해 12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가 발생하면 투자에 소극적이기 마련이지만 CJ는 달랐다. 대표 사례가 바로 K팝 콘서트를 플랫폼 삼아 한국 콘텐츠와 한국 브랜드 제품을 알리는 한류 종합전시회인 '케이콘(KCON)'이다. 2012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사실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한류를 산업화하고 국가 브랜드를 높이자는 취지는 좋았지만 사업 초기 미국 주류사회의 한류팬 저변이 약했고 CJ 인지도도 낮았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필요했지만 후원 기업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12억원을 투입한 첫 케이콘 실적은 적자였다. 2013년 봄, CJ 경영진들이 모였지만 어느 누구도 적자가 난 케이콘을 계속 진행하자고 주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달랐다. 2013년 케이콘 투자 규모를 2배 늘리기로 결정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은 이 회장의 결정에 주목했다. 지난 3월 최고경영자(MBA) 과정에서 이 사례를 연구 과제로 삼았다. "경영자 마음속에 장기비전이 뚜렷하다면 적자가 나더라도 투자를 늘릴 수 있겠는가?"라는 난상 토론도 벌어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머니투데이 DB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머니투데이 DB
하버드대가 분석한 이 회장의 문화 사업에 대한 지론은 명확했다. 이 회장은 "문화산업은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이며 한국은 아시아를 넘어 향후 글로벌 문화강국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것이 지금까지 CJ가 적자를 내며 문화 콘텐츠 사업에 투자해 온 이유"라고 밝혔다.

CJ는 지난해 케이콘 규모를 전년보다 2배 더 늘렸고 올해 또다시 2배 더 늘린다. 신형관 CJ E&M 상무는 "적자가 난다고 첫해에 케이콘을 접었다면 미국에서 한류문화가 확산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고 경영자의 강력한 투자의지가 뒷받침됐기에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수시로 강조해 온 '전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달 1∼2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듣게 만드는 것'이라는 CJ그룹 비전에도 한류 글로벌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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