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른 추격자였던 'K', 이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다

머니투데이 뉴욕·LA(미국)=송지유 기자 2015.06.29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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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무버가 세상을 바꾼다]대한민국 대표 퍼스트무버 기업들…중국·베트남 넘어 미국까지 사로잡다

편집자주 '한강의 기적'으로 통하는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원천 기술은 선진국을 따라잡는 이른바 '캐치 업'이었다. 선진국이 시장을 개척하면 성실한 인적 자원과 정부 정책을 동원해 금세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싼 값에 내놨다. 신시장을 개척하지는 못했지만 열린 시장에서는 '패스트 팔로워'(발빠른 추격자)로서 저력을 보였다. 하지만 2000년대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모방을 통한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는 생존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는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창조적인 혁신 전략과 경영 철학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대한민국 퍼스트 무버 기업들을 조명한다. 내수 산업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전 세계에 한국의 문화, 뷰티, 식품, 유통 서비스를 전파하고 있는 기업들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 40번가 파리바게뜨 매장 전경/사진제공=SPC미국 뉴욕 맨해튼 40번가 파리바게뜨 매장 전경/사진제공=SPC


# 지난 16일 점심시간(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40번가 파리바게뜨 매장. 인근 사무실에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이 이 매장으로 줄지어 들어선다. 쟁반과 집게를 집어든 이들은 샌드위치, 도넛, 케이크 등 각자 원하는 제품을 자유롭게 골라 담고 음료를 주문한다.

한국에선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좁은 계산대 앞에 줄을 서서 모든 메뉴를 직원에게 주문해야 하는 뉴욕에서 한국식 베이커리 문화를 접목한 파리바게뜨 매장은 특별한 곳이다. 인근 IT회사에 근무하는 다하라 삼파씨(30)는 "일주일에 2∼3번은 이곳(파리바게뜨)에서 점심을 해결한다"며 "주문이 편리한데다 메뉴가 다양하고 맛이 좋아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뷰티·유통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내수기업이라는 굴레를 벗고 던지고 해외사업에 도전한 결과가 속속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엔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않고 국내에서 안주했다면 절대로 얻지 못했을 값진 결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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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빵집·화장품·공연, 세계 최대도시 뉴욕을 흔들다=
SPC그룹은 미국에서 4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05년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LA) 코리아타운 1호점을 시작으로 2013년 맨해튼 핵심상권인 타임스퀘어 인근에 매장을 열며 뉴욕 주류시장에 진출했다. 올 들어서만 3개 매장을 추가로 열어 6월 현재 뉴욕 맨해튼 매장은 총 7개가 됐다. 이달초 문을 연 57번가점을 제외한 모든 매장이 이익을 내고 있다. 하루 방문객수는 1000명을 넘어선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달초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블루밍데일 백화점에 자사 화장품 중 최고가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 매장을 열었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이 백화점에 입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모레는 지난 2003년 미국 뉴욕 최고급 백화점 버그도프굿맨 백화점에 입점한 이후 니먼마커스 백화점 등으로 유통망을 넓혀가고 있다.

에스더 동 아모레퍼시픽 미주법인 부사장은 "아모레퍼시픽과 설화수 품질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주요 백화점들의 입점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단기 매출보다는 브랜드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유통채널 선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여름 미국 LA에서 열어온 한류 문화축제인 'KCON'(케이콘)을 올해부터 뉴욕에서도 진행한다. 7월말에는 LA, 8월초에는 뉴욕에서 각각 행사를 여는 것이다. 이 행사는 2012년 첫해 1만명이었던 방문객이 지난해 4만2000명으로 늘었을 정도로 큰 인기다.


백승일 CJ E&M 미주법인 경영지원실장은 "LA 행사를 보려고 뉴욕 등 미국 동부에서 찾아오는 한류 팬들이 많아 뉴욕 행사를 기획했다"며 "올해는 7만명 이상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베트남 롯데센터 하노이 전경/사진제공=롯데그룹베트남 롯데센터 하노이 전경/사진제공=롯데그룹
◇베트남 사로잡은 한국 백화점…중국에서 인기 최고 초코파이=
내수산업 대표주자인 롯데의 해외사업 도전도 눈여겨 볼 만하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호텔 등 계열사가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 적극 진출해 활발히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그룹 전체 해외매출이 10조원을 훌쩍 넘어섰을 정도다.

롯데백화점은 2007년 러시아 모스크바점을 시작으로 해외에 진출해 중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롯데마트는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에서 총 153개 매장을 운영하는 등 국내 유통업체 중 가장 큰 규모로 해외사업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는 백화점, 대형마트, 특급호텔, 오피스텔 등으로 구성된 롯데타운까지 지었다. 롯데리아는 베트남에서 200개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KFC 등을 제치고 현지 패스트푸드 전문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리온은 1993년 중국 시장에 진출해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중국 공략을 본격화했다. 진출 20년만인 지난 2013년에는 중국 매출 1조 신화를 썼다. 지난해 중국 매출은 1조1614억원으로 국내 매출(7517억원)보다 많았다.

대표제품인 초코파이(하오리유)는 중국 제과시장에서 파이 부문 점유율 85%를 넘어서는 등 독보적인 1위다. 오리온은 탄탄한 생산·유통망을 발판으로 연내 마켓오, 닥터유 등 프리미엄 제과 브랜드를 중국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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