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용지표 좋지만…균형 깨진 상태"

머니투데이 도쿄(일본)=김민우 기자 2015.06.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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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20년' 일본, 부활의 현장을 가다]<3>-③일본 리쿠르트 오카자키 수석연구원

편집자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2년 말 '잃어버린 20년'을 벗어나기 위해 아베노믹스를 추진했다. 통화정책(양적완화)과 재정정책, 성장전략 등 ‘세 가지 화살’로 구성된 아베노믹스는 초기엔 비관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등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본 경제전문가들은 아베노믹스 덕분에 일본이 장기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규제개혁을 통한 신사업 창출 등 성장 동력만 확충되면 일본 경제는 완전히 살아난다는 분석도 나온다. 머니투데이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일본의 경제·정치·산업현장을 직접 취재, 출범 시기가 비슷한 박근혜 정부와 아베 내각의 명암과 성패를 비교·분석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20년전 일본이 겪은 문제점에 대한 현재적 접근과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대한민국의 '길'을 고민해본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상당히 밸런스가 깨진 상황이다"

일본의 대표적 구인·구직업체 리쿠르트사의 오카자키 히토미 대졸자 고용시장 수석연구원 겸 사업기획부장은 일본의 고용시장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일본의 고용시장은 지표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인력수급 격차 등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는 "일본의 고용시장은 지표상으로 확실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대졸자들의 경우 취직하고자 하는 학생 수에 비해 뽑고자 하는 인원이 30만명 정도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리크루트가 지난 4월 일본 문부과학성 '학교기본조사보고'를 토대로 분석한 '2016년 대졸자 구인배율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일본 대졸자의 구인배율은 1.73배로 2009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구인배율이란 민간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자수를 취업희망대졸자수로 나눈 수치다. 수치가 높을 수록 구직자규모 대비 신규채용규모가 커 고용시장이 좋다는 의미다. 버블붕괴 직전인 1990년 구인배율은 2.86배 였다. 2000년 이후 구인배율의 평균은 1.3배다.

그러나 오카자키 연구원은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의 경우, 대졸 취업희망자 한 명당 일자리가 6개 있는 것으로 나온다"며 "상당히 밸런스가 깨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종별 구인배율을 보면 올해 건설업의 구직자수 대비 신규채용규모는 6.18배이며 유통업은 5.65배다. 제조업은 1.73배, 금융업은 0.23배, 서비스 정보업은 0.56배로 집계됐다. 건설업과 유통업은 입사하려는 사람이 부족하고 금융업과 서비스정보업 등은 들어가려는 사람에 비해 신규 채용규모가 모자라 산업수요와 인력공급에 미스매치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왜곡현상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구인배율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직원수 300명 미만의 구인배율은 3.59배인 반면 직원수 5000명 이상의 대기업은 구인배율이 0.7배에 불과하다.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은 취업희망자 1명당 일자리가 3배 이상 많은 반면 직원수 5000명 이상의 대기업은 10명이 지원하면 3명은 들어갈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아베노믹스와의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는 없다"고 전제하면서 "1990년대 버블이 꺼지면서 건축업 수요가 줄어든 이후 학생들의 건축 관련학과 진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이즈미 시절 노동자 파견법을 개정하면서 파견노동자를 써도 되는 범위가 많이 늘었다"며 "이 때문에 유통업은 임금이 낮고 비정규직을 늘리려는 추세가 되면서 학생들이 진출을 꺼려하는 분야"라고 덧붙였다.


결국 임금격차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차별 때문에 고용시장에 왜곡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민주당 정권 집권 후에 이를 되돌리려 했지만 실패했다"며 "최근 일본은 '블랙기업'이라고 해서 근로조건이 매우 열악한 기업에 대해 비판적인 컨센서스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베정권에서는 노동자 파견법을 개정해서 파견노동자를 한 번 더 고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오카자와 연구원은 또 일본 대학취업률에도 어느 정도 허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대학졸업자 중 72%가 취업을 희망하는데 이 가운데 69.8%가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한다"며 "그러나 그중에 여러가지 사정으로 취업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답한 28% 가운데에는 취업을 희망하는데 일종의 구직단념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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