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사태에 '중·장년층'이 움직인다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15.06.22 07:00
글자크기

50대·60대 온라인쇼핑 이용 60% 이상 급증…"온라인쇼핑 주도권 굳어지는 계기 될 것"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여파로 온라인몰 배달 주문이 증가하면서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직원들이 몰려든 온라인 주문 품목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여파로 온라인몰 배달 주문이 증가하면서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직원들이 몰려든 온라인 주문 품목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업주부 김숙희씨(59)는 최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탓에 사람들이 몰리는 대형마트나 시장에 가기가 꺼려져 처음으로 인터넷 장보기에 나섰다. 회원을 가입하고 장바구니에 평소 대형마트에서 사던 품목 그대로 넣어 주문해보니 어려울 것도 없었다.

배송도 시간대를 선택해 당일에 받을 수 있어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김씨는 "인터넷으로 채소나 고기를 어떻게 믿고 살 수 있을까 평소엔 반신반의했다"면서 "실제로 구매해보니 대형마트에서 사는 것과 전혀 다를 게 없었고 당일배송까지 해주니까 너무 편했다"라고 말했다.



메르스 공포가 한국 사회를 휩쓸면서 '중·장년층'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중심의 소비문화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평소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장에 신뢰를 나타낸 중장년층이 외부활동에 부담을 느끼면서 온라인·모바일 쇼핑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21일 유통업계에 다르면 오픈마켓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최근 한 달간 온라인(모바일 포함)쇼핑 이용 비중을 분석한 결과 50대와 60대 이용비중이 전월대비 56%와 6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50대 이상 남성이 50% 늘었고 여성은 63% 증가했다. 60대 이상은 남성 55%, 여성 82%의 증가율을 보였다. 복잡하고 어려워 젊은 층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온라인쇼핑을 중장년층도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유통업계에서는 평소 대면거래 방식인 오프라인 쇼핑을 즐기던 중장년층이 최근 메르스 사태로 외부활동에 거부감을 느낀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보고 있다.

중장년층 뿐 아니라 평소 온라인 쇼핑을 즐기지 않던 소비자들의 온라인쇼핑몰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소셜커머스 티몬에는 1~18일까지 18일간 신규가입한 회원수가 지난 5월 한달간 신규 가입한 총 회원수보다 15%나 많다. 이마트 (63,700원 ▼300 -0.47%)도 최근 한달새 이마트몰 신규회원수가 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온라인 쇼핑 품목도 패션·의류 일색에서 신선·가공식품군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G마켓은 6월 해산물 매출이 91% 늘었고, 뿌리채소도 42% 증가했다. 티몬도 식품군 매출이 한달새 87% 급증했다. 이마트에서는 최근 한 달 새 신선식품 매출이 68.5%늘었다.

유통업계는 이번 메르스 사태가 불러온 이러한 소비패턴의 변화가 온라인쇼핑 시장의 급성장세를 더욱 가파르게 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최근 유통업체들이 온라인쇼핑 관련 물류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소셜커머스 쿠팡은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1조원 상당의 신규투자를 받아 당일배송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물류센터 구축에 나섰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도 온라인전용 물류센터를 확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쇼핑은 비대면 거래인 탓에 온라인쇼핑을 경험해보지 못한 소비자들의 첫 거래 시도가 쉽지 않다"며 "메르스사태를 계기로 온라인쇼핑을 접한 소비자들의 반복구매가 이어질 경우 온라인쇼핑 중심으로 유통시장 재편속도가 더욱 빨리 질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