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클릭]'창조적인 꿈'마저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

한국갭이어 안시준 대표 2015.06.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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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창업 전쟁터에서 승리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누구나 어린 시절에 한번쯤은 ‘색칠공부’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미 그려진 밑그림에 색을 칠하는 것인데 미술에 소질이 없던 나는 색칠공부를 할 때마다 좌절했던 기억이난다. 밑그림 선을 넘어간 색, 전체 그림과 어울리지 않는 색을 보면서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날 우리 교육의 현실이 이런 색칠공부 같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누군가 그려놓은 밑그림을 꿈이라 강요 받으며 학생들은 그저 공부라는 색을 칠하는 색칠공부.



맞지 않는 색을 칠하거나 선을 나가면 잘못된 것이라 지레 겁을 먹을 때도 있고, 스스로 그림을 그리려고 하면 완벽한 밑그림과 비교돼 쉽게 좌절하는 현실에서 과연 학생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까.

사실 한국의 교육 수준은 굉장히 높다. 얼마 전 OECD발표에 따르면,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이나 직업교육을 받은 청년들(25∼34세)의 비율은 67.1%이다. 이는 조사 대상국가 가운데 1위였다. 2위인 일본(58.4%)보다 10% 포인트나 높았고 OECD 평균(42.7%)보다는 25% 포인트 정도 높은 숫자다. 게다가 지난 2012년 OECD에서 시행한 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도 한국의 15세 학생들은 수학 과목에서 1위, 읽기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를 자랑스러워하는 한국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10년 연속 OECD 자살률 1위, 청소년 행복지수 OECD 24개국중 23등과 같은 숫자만 비교해 봐도 높은 교육수준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쉽게 깨닫게 된다.

지난 5월에는 ‘세계교육포럼’에서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한 여성 참가자의 일화가 큰 이슈를 불러 일으켰는데 이는 결과를 중요시하는 한국교육의 부작용에 대해 많은사람이 공감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래는 오고 있다.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연결되는 세계가 왔다. 몇 년 전 테드(TED)의 첫 등장을 기억하는가. 세계 유명한 강사들의 강연을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세계 최고의 지식 강연회다. 이를 시작으로 미국의 유명한 대학강의를 집에서도 들을 수 있는 MOOC(무크·Massive open online collaboration), COURSER(코세라)와 같은 다양한 온라인 교육 기관이 생겨났다. 이제는 구글만 있으면 공부할 수 있다는 우스개소리가 현실이 돼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진국의 대응은 다소 의문스럽다. 오히려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핀란드에서는 직업체험, 여행, 캠프와 같은 실습과 활동 위주의 ‘탄력적 교실’을 운영하고 있고 미국 주요대학에서도 자신의 진로에 맞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진로 탐색 활동기간(갭이어)을 지원해 주기도 한다.

이러한움직임은 미래 교육의 변화가 단순히 기술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의 지식은 현실세계의 ‘나’에게 의미가 있을때 가치가 있고 ‘나의 삶’과 관련이 있을 때 그 지식은 발전을 하게 된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배운 지식들을 현실에서 잘 활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환경’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빠르게 변화하는 온라인 교육 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오프라인 교육을 발전시키는데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에서도 미래사회를 대비해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세계미래회의(World Future Society, 박영숙 한국대표)’에서도 ‘창조’와 ‘도전정신’을 미래사회에 가장 중요한 단어로 꼽았다. 그래서인지 어제까지 효율성을 가르치던 사회가 최근 들어 갑자기 창조적인 꿈을 꿔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꿈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결과를 중시하는 교육 방식 때문에 학생들은 이제 창조적인 꿈까지 공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학교 교육은 19세기 중반에 시작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21세기를 살고 있다. 많은 것이 변했다. 학생들은 공책과 펜보다는 컴퓨터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고 ‘얼마나 많이 아는지’가 아닌 ‘이것을 왜 하는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해졌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19세기에 머물러 있는 교과서, 시험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스스로 꿈꾸길 바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닐까.

이제 우리의 교육도 미래를 향해야 한다.

이제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세상을 경험할 수 있고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교육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온라인의 다양한 정보와 더불어 창조적인 오프라인 교육의 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캐나다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교육을 연결한 ‘블렌디드 러닝’(혼합교육)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교외에 있는 학생들까지도 언제 어디서든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창조적인 경험과 다양한 도전 기회를 통해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자극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래 교육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행히 내년부터 우리나라에도 중학교에 자유학기제가 도입된다.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시간을 주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자유학기제가 그 취지를 잘 살려 학생들의 경험과 사고를 넓히는 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자유학기제를 시작으로 학생들이 마음껏 꿈꿀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지길 기대해 본다. 또한 온라인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교육시간과 효과에 대한 방안들도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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