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구멍 뚫리고 나서야 뒷북 대책, 불안한 국민들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김명룡 기자 2015.05.2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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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관리대책본부, 질병관리본부장→복지부 차관 격상…중동 입국자 전원 모니터링

장옥주 보건복지부 차관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염리동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대응 감염병 위기관리 전문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스1장옥주 보건복지부 차관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염리동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대응 감염병 위기관리 전문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스1


보건당국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국내에서 확산됨에 따라 부랴부랴 방역시스템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국민들의 불안감과 검역체계에 대한 불신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보건당국이 메르스 확산을 선제적으로 차단하지 못하고 뒷북 대책만 내놓고 있어서다.

질병관리본부는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가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환자 2명이 추가로 발생, 국내 메르스 환자가 7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추가 환자는 첫 번째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있던 환자 남성(71)과 의료진 여성(28)이다. 이로써 국내 메르스 감염 환자는 지난 20일 첫 환자 발생 이후 8일 만에 7명으로 늘었다.



추가로 메르스 환자로 확진된 환자 가운데 한 명은 국내 첫 번째 메르스 환자 A(68)씨와 같은 병원에 입원했지만 같은 병실을 쓰지 않은 환자로, 직접 접촉을 하지 않아 가택격리 대상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이들이 병원 내에서 이동하는 과정에서 접촉이 이뤄져 메르스가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당초 메르스의 전파력이 크지 않다는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 두 명의 환자가 병실을 따로 쓰고 있어 (메르스가 전파된 것이) 의외이지만 3차 감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에서 제기되는 '공기를 통한 감염'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공기감염이었다면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첫 번째 환자 밀접접촉자인 메르스 의심환자(44·세번째 환자의 아들)가 중국으로 출국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메르스 환자와 밀접 접촉했지만 자가 격리자로 보건당국의 관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사람이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메르스 의심환자의 메르스 환자 접촉력 확인, 의료진은 중국출장 취소 권유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만일 이 남성이 메르스 환자로 확인되면 한국 뿐 아니라 중국 등 국제적으로 사태가 확산될 수도 있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보건당국은 그동안 질병관리본부에서 주관하던 메르스 관련 대책본부를 보건복지부 차관이 총괄하는 '메르스 관리대책본부'로 격상시켰다.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모든 밀접접촉자에 대한 전수 재조사를 진행하고 중동지역에서 입국하는 사람은 증상 발현여부를 전화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장옥주 차관은 이날 열린 감염병 위기관리대책 전문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현 상황을 국가 전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며 "최선을 다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차관은 "밀접접촉자를 철저하게 파악하기 위해 역학 추적 조사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현재 질병관리본부장이 주관하던 대책본부를 복지부 차관이 주관하는 것으로 개편해 복지부 내 '메르스 관리대책본부'를 설치한다. 또 유사시에 대비해 국립병원, 지방의료원 등 전국 공공의료기관의 사용가능한 격리실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응으로 메르스가 확산됐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당초 보건당국은 메르스의 전파력이 높지 않다며 첫 번째 메르스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73명에 대해서만 격리조치를 취했다. 이중 입원격리는 2명이고 나머지는 가택격리였다.

이재갑 교수는 "국내 의료기관은 다인실이 많고 간호인력 등의 숫자가 적은데다 병실 환기도 잘 되지 않아 원내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보건당국이 메르스가 전파력이 약하다는 것만 믿고 감염의심자에 대한 격리와 추적조사를 느슨하게 한 것"이라며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만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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