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피아노' 건들 수 있는 '명품 뮤지션'의 역사적 무대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5.05.2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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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울재즈페스티벌 23일 '허비 행콕&칙 코리아' 협연 리뷰…얇지만 큰 울림의 즉흥 연주

'살아있는 재즈계의 전설'인 허비 행콕(왼쪽)과 칙 코리아가 37년만에 한자리에서 만났다. 23일 첫날 '서울재즈페스티벌'무대에 헤드라이너로 오른 두 사람은 즉흥 연주만으로 1시간30분을 채웠다.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br>
 '살아있는 재즈계의 전설'인 허비 행콕(왼쪽)과 칙 코리아가 37년만에 한자리에서 만났다. 23일 첫날 '서울재즈페스티벌'무대에 헤드라이너로 오른 두 사람은 즉흥 연주만으로 1시간30분을 채웠다.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전 세계 4대밖에 없다는 7억이 넘는 이태리 명품 피아노 파지올리(FAZIOLI) 한 대가 무대 스크린을 통해 살짝 비쳤다. 이 귀한 명품 악기 앞에 앉을 수 있는 자격의 뮤지션은 누굴까.

이 피아노가 아니면 연주하지 않는다는 뮤지션, 그래미상만 14차례 수상한 전설의 연주자, 국내 대다수 실용음악 전공학생들이 1순위로 존경한다는 올해 75세 노장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이 올해 서울재즈페스티벌 첫날 무대에 올랐다.



그것도 역시 재즈 전설로 추앙받는 그래미 20회 수상자인 재즈 피아니스트 칙 코리아(74)와 함께였다. 두 대의 피아노(신서사이저 추가)외에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무대. 두 관록의 뮤지션은 가장 가느다란 소리로 가장 큰 울림을 기대하는 1만5000여명의 관객과 조우했다.

23일 서울재즈페스티벌 첫날,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헤드라이너로 오른 두 사람의 협연은 37년 만에 이뤄지는 역사적인 무대였다.



허비 행콕.<br>
허비 행콕.
현대 재즈의 모든 역사를 갈아치운 트럼페터 마일즈 데이비스의 ‘솔라’(Solar)를 첫곡으로 연주한 두 사람은 선율의 모든 파트를 재즈의 본질인 ‘즉흥’에 의지했다. 이들은 “우리도 오늘 어떻게 연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피아노계의 혁명을 선사한 허비 행콕이 종종 신서사이저를 통해 방귀 소리 같은 재미있는 사운드를 얹어 분위기를 돋웠고, 칙 코리아는 때론 서정적이면서 때론 변주를 엿볼 수 있는 재즈 패턴들을 학습용(?)처럼 선보이기도 했다.

스탠딩석에 몰린 관객들은 이 역사적 연주 하나하나를 놓치면 안된다는 강박때문인지, 스마트폰에 일일이 영상을 담아냈다.

칙 코리아는 공연 중간 간단한 즉흥 피아노 스케일로 관객의 스캣(아무 의미없이 ‘다다다…’하며 연주에 맞춰 따라 부르는 보컬행위)을 주문했다. 처음엔 ‘도미솔’같은 쉬운 3도 화성을 연주하다, 점차 불협화음을 거쳐 나중엔 피아노 저음에서 고음으로 이어지는 ‘도르륵~’주법까지 따라하게 했다.


칙 코리아.칙 코리아.
칙 코리아는 관객과의 재미있는 ‘합창’을 끝내고 자신의 최대 히트곡인 ‘스페인’(Spain)을 연주했는데, 관객은 이 까다롭고 강렬한 리프(riff·반복선율)까지 스캣으로 따라부르는 열정을 과시했다.

드럼과 일렉트로닉 사운드 같은 강한 맛으로 무장해야 그나마 관객을 집중시킬 수 있는 상황을, 두 사람은 피아노 두 대만으로 간단히 관객을 사로잡았다. 어떤 사운드를 사용하느냐가 아닌, 어떤 표현을 하느냐가 중요한지 이 무대는 시나브로 알려주는 듯했다. 뮤지션과 관객은 서로 그렇게 무대를 해석하고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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