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 어디 없나요?" 대기업 '후계자'의 자격 5가지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5.05.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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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로드]<38>워런 버핏이 밝힌 버크셔 후계자의 조건

편집자주 i-로드(innovation-road)는 '혁신하지 못하면 도태한다(Innovate or Die)'라는 모토하에 혁신을 이룬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살펴보고 기업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코너이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 "대기업 후계자는 선대 회장과 같은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대기업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게 있다. 바로 후계자의 능력과 자질이다. 특히 선대 회장의 업적이 뛰어날수록 더욱 그렇다. 그만큼 후계자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후계자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에 대해서도 누가 워런 버핏(Warren Buffett) 회장을 이어 후계자가 될 건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각별히 높다.



버핏도 후계자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후계자의 자격에 대해 언급해 왔다. 특히 지난 3월 주주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자신이 떠난 뒤 버크셔가 어떻게 될 지 궁금해하는 주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후계자에 대한 자격을 자세히 기술했다. 여기선 그동안 버핏이 밝힌 버크셔의 후계자가 갖춰야할 능력과 자질을 5가지로 정리해봤다.

1. "향후 버크셔의 50년을 이끌 후계자는 합리적(rational)이고 침착하며(calm), 결단력있는(decisive)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비즈니스에 대한 넓은 이해(understanding)와 인간의 행동에 대한 훌륭한 통찰력(insights)을 갖춰야 합니다. 물론 자신의 한계(limit)를 분명히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2. "버크셔의 후계자는 그 자신의 이익이 아닌 회사를 위해 모든 것을 ‘올 인’(all in)해야 합니다. 그는 고액의 연봉을 받겠지만 결코 자존심(ego)이나 탐욕(avarice)이 개입해선 안 됩니다. CEO의 행동은 아래 임원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칩니다. CEO가 회사 주주의 이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고 행동한다면 임원들도 그와 똑같이 행동할 겁니다."

3. "버크셔의 후계자는 기업을 망치는 세 가지 '기업 암'(corporate cancer)인 거만 또는 교만(arrogance), 관료주의(bureaucracy) 그리고 자만 또는 현실안주(complacency)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특별한 힘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이 기업 암이 퍼지면 아무리 1등 기업이라도 무너지고 맙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CEO가 늘 깨어있고(vigilant) 단호해야(determined) 합니다. 특히 후계자가 거만(교만)하지 않고 관료주의적이지 않으며 자만(현실안주)에 빠지지 않아야만 건강한 버크셔의 조직 문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4. "버크셔의 후계자는 이사회에서 잘 알 수 있는(그래서 능력이 충분히 검증된) 내부 출신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는 젊어야(young) 합니다. 그래야만 CEO의 업무를 오래 할 수 있습니다. CEO가 10년 넘게 자리를 유지해야 버크셔는 가장 잘 운영될 수 있습니다. 65세에 은퇴할 생각을 해서는 안됩니다.(참고로 버핏은 현재 84세로 여전히 왕성하게 버크셔의 회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5. "나의 후계자는 더 총명해야 하고, 보다 에너지 넘치고, 열정이 더 많은(more brains, more energy, more passion) 인물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중요한 비즈니스에서는 나보다 일을 더 잘 할(better job) 사람입니다."

한국의 대기업 총수나 버크셔의 버핏 모두 자신이 물러난 뒤에도 기업이 영구히 번창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올바른 사람을 후계자로 세워야 한다. 버핏도 올바른 후계자를 찾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버핏은 지난 3월 초 주주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자신을 이을 올바른 후계자를 점찍어 놨다고 밝혔다. 다만 후계자를 공개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의 아들이 후계자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그의 아들이 그가 밝힌 후계자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버핏은 아들을 비상임 이사회 회장(non-executive Chairman)으로 임명,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버크셔의 조직 문화가 영구히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임무를 맡겼다. 만약이라도 잘못된 CEO가 버크셔를 이끌 경우, 버핏의 아들에겐 신속하게 CEO를 물러나게 할 권한이 주어져 있다.

버핏은 버크셔와 같은 대기업의 올바른 후계자가 되려면 여러가지 까다로운 자격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을 이끌만한 충분한 자질과 능력이 있는 지는 필수적으로 검증받아야 하고 성격과 행동거지도 특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정도는 되어야 수만 명의 직원과 수천억 원의 이익을 창출하는 대기업의 올바른 총수감(right CEO)이 될 자격이 있다.

"한국에는 어디 이런 사람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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