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창업주들의 남다른 손주 사랑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5.05.06 06:00
글자크기

한미약품·광동제약·서울제약 3세들, 주식부자 상위권에 포진

"회장님 손자가 올해 12살이 넘었잖아요. 이제는 그런 기사 걱정 안 해도 됩니다."
A제약사 홍보부장은 어린이날(5월5일)을 전후로 발표되는 '어린이 주식부자' 보도로 지난해까지 매년 몸살을 앓았다. 창업주가 손자에게 물려준 주식 규모가 적지 않아 어린이 주식부자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손자 나이가 어린이 기준인 만 12세를 넘어 더 이상 명단에 포함되지 않게 되자 한숨을 돌리게 됐다.

제약회사 창업주들이 손자·손녀들에게 적잖은 주식을 물려주고 있어 화제다. 재벌닷컴이 지난달 30일 기준 상장사 대주주와 특수 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을 조사한 결과, 주식지분가치가 30억원이 넘는 만 12세 이하(2001년 4 월30일 이후 출생자) 어린이는 15명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손자·손녀 7명, 황준수 서울제약 창업자의 손자 3명, 고(故) 최수부 광동제약 창업자 손자 1명 등 제약업계에서 11명의 어린이 주식갑부를 배출했다.



제약사 규모가 다른 산업에 비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특히 시간이 흐르면서 어린이 기준을 넘어선 경우까지 합치면 제약사 창업주들의 주식 증여 사례는 훨씬 더 많다.

과거에는 재벌가에서 상위권을 독차지했지만 최근 제약사 주가가 오르면서 주식 평가액도 급증했다.



임 회장은 2012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친손주와 외손주 7명에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물려줬다.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지난 1년간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3세들의 지분 가치도 각각 2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최성원 광동제약 사장의 장남은 2007년 할아버지 최수부 회장으로부터 광동제약 주식을 증여받았는데 현재 지분가치는 40억 정도다. 서울제약 창업주 황준수 회장도 2010년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지분 일부를 손주 4명에게 증여했다. 30억~50억원 수준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주식을 증여한 것"이라며 "적법한 과정을 거쳐 세금까지 모두 납부했다"고 말했다.


이들 제약사의 공통점은 창업주가 가족들에게 주식을 증여했다는 점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창업주들은 자신이 세운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며 "손주들에게 주식을 일부 나눠주는 것은 회사에 대한 애정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권 승계까지 내다본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들은 업력이 길어서 다른 사업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찌감치 손주들에게 주식을 물려줘 향후 회사 가치가 높아 질 때보다 증여세를 줄이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제약사 창업주들의 남다른 손주 사랑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