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상류층을 중심으로 조기유학 붐이 일면서 아내와 자녀를 해외로 보내고 국내에서 뒷바라지를 하는 '기러기 아빠'가 사회현상의 하나로 떠올랐다./ 사진=뉴스1
공기업 간부인 A씨(50)는 6년전 부인과 아이들을 미국으로 보낸 뒤 3년여를 혼자 살다가 부모님의 집으로 들어갔다. A씨는 "혼자 있다보니 마음이 좋지 못하고 외로워 힘들었다"며 "부모님과 다시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로 외로움이 좀 덜해졌다"고 말했다.
B씨는 "기러기 아빠의 건강과 외로움 문제로 부인이 일시 귀국하고 교대로 할머니가 나가서 아이들을 돌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경향을 우리 사회 가족형태 분해의 한 단면으로 해석했다. 최양숙 연세대 상담코칭지원센터 전임상담사는 "기러기 가족을 포함해 우리 사회의 가족들이 서로 생활 시간대가 다르거나 생존을 위해 각자 도모하는 활동이 달라 가족의 모양새가 달라지는 것"이라며 "가족의 개념 자체도 변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가족끼리 떨어져 있는 거리를 줄이면서 조기 유학의 효과도 얻는 '절충안'을 선택하기도 한다. 전 교육과정이 영어로 진행되고 외국대학 진학을 위한 SAT, 토플 위주의 커리큘럼을 가진 국내의 국제학교로 자녀를 진학시키는 것. 국제학교 3곳이 밀집된 제주 지역은 인근 부동산 가격이 출렁일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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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교인 한국국제크리스천스쿨(KICS)의 김부경 기획팀장은 "어린 자녀를 해외에서 교육시키려면 부모 중 하나는 아이와 함께 외국으로 나가면 가정이 흔들리는 불행을 겪을 수 있다"며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미국과 같은 커리큘럼을 경험하고 공부할 수 있는 외국인학교 시설이 인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