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금융투자회사 대표 A씨 역시 아내와 자녀 3명이 캐나다에 가 있는 기러기 아빠다. A씨는 매일 아침 회사에 출근하면 가족들과 페이스타임(화상통화)을 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또 수시로 카카오톡 등으로 문자를 주고받는다.
3년째 기러기 생활 중인 대기업 A사 이모 차장(46)도 비슷하다. 그는 가족들과 하루 2~3번씩 전화 통화를 한다. 또 아이들의 SNS를 꾸준히 지켜본다. 이 차장은 "아이가 페이스북에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 잘 적응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대기업계열 B금융회사 C부장의 경우 지난 2월 초등학교 6학년 외동아들과 부인이 유학생활을 중단하고 캐나다에서 귀국했다.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며 아빠와 함께 지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부인의 강력한 의견 때문이다.
C부장은 "집사람은 사춘기 때는 아들에게 아빠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며 "정 필요하면 고등학교 때 다시 캐나다로 가는 불편이 있더라도 사춘기는 아빠와 지내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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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해외에 보내 자식이 오히려 한국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금융투자회사 고위 임원 D씨는 "중학교 3학년 막내딸이 너무 일찍 해외 유학을 가다보니 한국어가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이라며 "방학에 국내에 들어오면 초등생용 한글·한자 학습지를 풀게했다"고 말했다.
두 아들을 초등학교 때 미국에 보낸 고위 공무원 E씨는 "두 자식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현지에서 취업을 알아보고 있다. 너무 어렸을 때 품에서 떠나보낸 자식들이 이제 머리가 크다보니 아빠를 한국에 있는 현금인출기 정도로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이 무너지는 이유는 부부간 갈등과 부모자식 간의 세대차이 두 가지가 있는데 기러기 가족은 두 가지 문제를 다 떠안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부부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아버지와 자식간 정서가 멀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