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결과 명암 갈린 여야 유력 정치인은 누구?

뉴스1 제공 2015.04.3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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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김문수·오세훈 정계복귀 '신호탄'…'이정현 효과'는 퇴색
野 박지원·안철수 광주서을 패배로 당내 입지 좁아질 듯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서미선 기자,김일창 기자 =
광주 서구을 4.29 재보궐선거 개표가 시작된 29일 광주 서구 치평동 상무중학교에서 선거사무원들이 개함된 투표함에서 나온 투표지를 정리하고 있다. 2015.4.29/뉴스1 2015.04.29/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광주 서구을 4.29 재보궐선거 개표가 시작된 29일 광주 서구 치평동 상무중학교에서 선거사무원들이 개함된 투표함에서 나온 투표지를 정리하고 있다. 2015.4.29/뉴스1 2015.04.29/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4곳에서만 열리는 소규모 선거였으나 여야 대권 잠룡들의 대리전 성격도 띠게 되면서 판이 더 커지게 됐다.

이들은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매일같이 선거 지역을 도는 사이 특정 지역을 도맡아 후보와 한 몸처럼 다니며 한 표를 호소했다.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오세훈 전 서울시장,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지지한 후보의 선거 당락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새누리 김문수·오세훈 총선 출마 저울질…이정현은 기대 못 미쳐



김 전 지사는 이번 재보선에서 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지역에 상근하며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출마한 신상진 의원을 집중 지원했다.

그는 신 의원과 과거 노동운동을 한 인연과 옛 통합진보당 지역구인 만큼 선거 심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직접 지원에 나서게 됐다. 경기지사를 역임했기에 높은 인지도와 과거 도정 활동으로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는 데 한몫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지사 측의 한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경기도 선거를 돕는 것은 의리"라며 "경기지사를 지냈고 신 의원과 같이 노동운동한 동지라는 차원에서 이번에 제대로 본인이 역할을 해야 되겠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권에 도전할 김 전 지사는 이번 재보선 지원으로 잠재적 유권자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는 동시에 당 내 입지를 한층 굳혔다.

그가 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으로서 6개월 활동을 마친 뒤 재보선 지원까지 소화함에 따라 존재감 있는 원외로서 향후 행보를 넓힐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김 전 지사는 차기 총선,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며 차차 향후 행보를 구상할 계획이다.

오 전 시장은 이번 재보선에서 서울 관악구을 오신환 의원과 손잡고 새누리당 서울시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정계 복귀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8월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만류에도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하다 무산되자 서울시장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정치권을 떠나있었고 이번 재보선에서 약 4년 만에 정치 현장에 직접 모습을 보였다.

오 전 시장의 이번 재보선 지원은 후보와 당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와 오 의원은 서울시장과 서울시의원으로서 인연을 처음 맺었다.

둘은 같은 성에 착안, '오 브라더스'라는 명칭으로 분식집 아르바이트 체험에 나서는 등 지역 밀착형 선거유세로 큰 관심을 끌었다. 이날도 오 의원의 선거사무소를 찾아 막판까지 당선을 응원했다.

이번 승리로 오 전 시장은 내년 20대 총선 출마설과 함께 잠재적 대권주자로서의 명예도 되찾게 됐다는 평이다.

다만 오 전 시장은 이날 밤 서울 관악구 오 의원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후 계획에 관해 "생각해본 적도 없다"며 "장래가 촉망받는 정치인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킨 것은 큰 보람이다. 당선된다면 열심히 뛰도록 선배로서 열심히 지도하겠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7·30 재보선 당시 전남 순천시·곡성군에서 당선된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번 재보선에서 광주 서구을을 전담하며 열혈 지원했으나 정승 후보의 낙선으로 의미가 퇴색하게 됐다.

이 최고위원은 광주 서구을 공천 과정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공을 들였다. 그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이 지역에 출마했었고 지난해 여당 소속임에도 야당 텃밭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은 만큼 이번 재보선에서도 '이정현 효과'에 대한 기대를 높였으나 기대치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무엇보다 선거운동 초반 이 최고위원의 '광주 시민들이 이정현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저는 쓰레기다'라는 발언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선거 패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 박지원·권노갑·안철수, 광주서을 패배로 입지 축소?

이번 재보선에서 야권 내 주요 인사들의 명암도 엇갈리는 모습이다.

우선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번 재보선 지원 문제를 둘러싸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측근 그룹인 동교동계의 선거 지원 불가 방침을 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당시 동교동계 일부 인사는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무현 진영에 대한 호남의 민심 이반을 거론하며 당 차원의 선거 지원 요청에 반대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에 "동교동계 지원의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 5일 문 대표와 긴급 회동, 동교동계의 선거 지원을 이끌어내며 논란을 잠재웠다.

그러나 박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동교동계의 유세 지원에도 광주 서구을에서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정배 의원이 20%포인트가 넘는 격차로 당선되면서 박 전 원내대표의 호남 내 영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의 야권 내 영향력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초반 정동영 천정배 후보를 향해 "나쁜 사람들"이라며 과거 두 사람과의 구원(舊怨)까지 거론했지만, 천 후보의 당선 등으로 머쓱해진 상황이다.

반면 안 전 대표는 이번 재보선을 통해 멀어졌던 정치권의 관심을 되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안 전 대표는 재보선 과정에서 수도권 지역 3곳에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며 지원 유세에 공을 들이며 정치적 보폭을 넓혔다.

특히 이번 재보선의 참패로 문재인 대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라이벌격인 안 전 대표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게 됐다.

그러나 재보선 지역인 서울 관악구을과 인천 서구·강화군을,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서도 새정치연합 후보가 전패한 데다 안 전 대표가 천 후보와에 대한 '인간적 미안함'으로 인해 광주 서구을 지역을 한 번도 찾지 않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당내 일각에서는 '호남 사위'로 불리는 안 전 대표가 광주 서구을에서의 패배로 반사이익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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