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마지막날까지 "부패정권 심판" 호소…약 될까, 독 될까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5.04.2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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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문 대표 막판까지 '초치기' 유세…'심판론' 성패여부가 승부 가를 듯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29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삼성시장을 찾아 관악을 정태호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29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삼성시장을 찾아 관악을 정태호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우린 무조건 2번(새정치민주연합)이야"
"맨날 심판이래, 자기가 뭘 하겠다는 게 아니라…"

4·29 재보궐 선거를 하루 앞둔 28일, 새정치민주연합은 마지막 순간까지 '부패정권 심판' 외치기에 주력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 대신 '유감'을 표명하며 '성완종 사면'을 언급하자 야당은 정권비판에 더욱 힘을 쏟았다. 시민들 반응은 엇갈렸다. 이번 재보선에서의 야당 판세는 '심판론'의 성패에 갈릴 전망이다.

◇1승도 안심 못해…'초치기 유세' 강행군



이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인천 서·강화을-성남 중원-관악을 등 수도권 3곳 거리를 누비는 강행군을 펼치며 막판까지 '초치기' 유세에 나섰다.

문 대표의 유세는 아침 7시반 인천 검단사거리 출근인사로 시작됐다. 워낙 인적이 드문 시간대였지만 문 대표는 유세차량 위에서 춤을 추다가도 시민이 다가오면 내려가 한명 한명 손을 부여잡는 등 '한 표'에 집중했다.



그는 복지회관에서 에어로빅과 탁구를 즐기는 시민들을 만나러 가는가 하면 영업 중인 은행과 마트에 들어가 유세를 펼치는 등 유권자를 직접 찾아다니며 스킨십을 넓혔다. 성남 중원구에서도 '뚜벅이 유세'는 계속됐다.

문 대표는 이날 마지막날 각오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느 한 군데 이길 수 있다고 낙관할 수 있는 곳이 없다"며 "마지막까지 절박한 심정으로 뛰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문 대표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 동안 비행기와 KTX를 번갈아 타며 선거구 4곳을 종횡무진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문 대표는 본인 대선 때도 이렇게 유세한 적이 없다. 쓰러지실까 걱정"이라며 "그만큼 절박하고 이번 선거가 박빙이라는 뜻"이라고 귀띔했다.


오후엔 우윤근·안철수·추미애·정태호·김경협 의원 등 당 지도부가 관악에 총출동해 본격적인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다 함께 유세차에서 브이자를 흔들며 '2번'을 외쳤다. 문 대표는 파란 와이셔츠를 걷어부치고 고시촌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민들과 만나 사진을 찍고, '먹방'을 찍었다.

◇일관된 메시지는 '부패정권 심판'

종횡무진 유세에서 나온 일관된 메시지는 "부패정권 심판"이었다. 문 대표는 인천 서·강화을에서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정권은 경제도 실패, 인사도 실패, 권력도 부패한 '3패 정권'"이라며 "이 3패 정권에 대해 유권자들이 투표로 심판해주셔야 한다"고 했다. 또 "이기지 못할 경우 3패 정권에 면죄부를 주게 될까 봐 그것이 가장 두렵다"며 투표참여를 촉구했다.

오후에 박근혜 대통령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자 비판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문 대표는 "대통령 자신이 몸통이고 수혜자라고 분명하게 사과해야 한다"며 "이제 투표만이 답이다. 국민들이 직접 투표로 박정부의 3패를 분명히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녁 퇴근시간 신림동의 한 쇼핑몰 앞 집중유세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인사들이 총출동해 박근혜정부와 무소속 야권후보를 비판했다. 배우 문성근씨는 박근혜 정부가 부정선거로 당선됐다고 수차례 언급하며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지지를 내일 확인해주시면 힘 받아서 2017년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마지막 지지유세에서 새정치연합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박 대통령의 부정부패를 심판하기 위해', '야권분열을 종결하기 위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우리가 왜 마지막 순간까지 노심초사해야 하나, 야권분열 때문 아닌가"라며 "자칫 잘못하면 야권 후보 아무도 안 되고 오신환 후보에게 어부지리 줄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내년 총선과 이후 대선에서 벌어지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29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삼성시장을 찾아 관악을 정태호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29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삼성시장을 찾아 관악을 정태호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부패정권·야권분열 '심판론'…약 될까, 독 될까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 선거 초반 주된 전략으로 꺼내들었던 '두툼한 서민지갑', '유능한 경제정당론'은 막판으로 갈수록 희미해졌다. 야당 인사의 무소속 출마라는 악재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라는 호재가 잇따라 터지며 '부패정권 심판론'으로 우회했다.

거물급 무소속 후보에 맞서 진보성향의 유권자들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제1야당으로서의 조직력과 정권교체 가능성을 내세우는 게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실제 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부패정권 심판론'이 뒷심을 발휘해 일부 야당 열세였던 지역구에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일부 시민들은 야당의 '콘텐츠 부재'를 지적했다.

관악에서 집중유세를 지켜보던 한 50대 남성은 "야당을 혼내주기 위해 무소속 후보를 뽑을 것"이라며 "가장 심판해야 하는 게 야당이다. 정권교체를 말하는데 이 당으로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보시나.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 60대 남성은 "관악은 1번을 뽑지 않는 동네인데, 생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이번엔 뭔가 문제가 있다"며 "야권끼리 싸우고 헐뜯기만 하니 별로 선거를 하고 싶지가 않다"고 했다.

40대 남성은 "관악은 27년간 야당에 몰표를 줬는데 지역발전도 안 되고 소외됐다"며 "야당에 대한 실망감이 워낙 커서 이번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도무지 안갯속"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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