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 들어간 세월호 특조위, 이젠 '시간과의 전쟁'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2015.04.28 04:15
글자크기
이석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저동 나라키움빌딩 특조위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특별법 시행령 공개토론회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뉴스1이석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저동 나라키움빌딩 특조위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특별법 시행령 공개토론회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세월호 선체인양을 공식발표한 가운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진상규명을 위한 다음 과제로 조사기간 확보에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석태 특조위원장은 27일 "시행령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특조위가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농성에 나섰다.



특조위는 법에 명시된 활동기간이 1년~1년6개월로 한정돼 있는 만큼 선체 인양 이후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특조위는 시행령안이 통과되고 예산편성과 인력충원이 뒤따라야 본격 조사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조속한 시행령안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한편 인양 후 선체 조사를 위해 필요에 따라 특별법 개정까지 요구할 계획이다.

◇ 이석태 특조위원장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해결 촉구' 농성…왜?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나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해결 방법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다음달 1일까지 특조위 업무를 중단하고 광화문광장에서 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시행령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특조위가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조위는 수차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고 유가족 역시 정부의 시행령 폐기를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정부는 응답이 없다"고 규탄했다.

◇ "특조위 활동기간 1년~1년6개월 불과, 필요하면 특별법 개정안 요구"


이 위원장이 직접 거리로 나선 배경에는 특조위 출범을 위한 촉구 차원도 있지만 세월호 특별법에 특조위 활동 시기가 다소 중의적으로 표현돼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제7조(위원회의 활동기간)에 따르면 위원회는 '그 구성을 마친 날'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해야 하고 그 기간도 1년~1년6개월로 명시돼 있다. 17명의 특조위 위원이 모여 이 위원장을 선출한 지난달 9일을 '구성을 마친 날'로 해석할 경우 특조위의 활동 타이머는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특조위 측은 시행령 공포와 예산 없이 활동을 시작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향후 또 다른 논란을 빚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박종운 특조위 대변인은 "시행령도 처리 안됐고 파견공무원도 없는 상황에서 17명이 모여 위원장 선출한 것을 '구성을 마친 날'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도 "시간이 흐르면서 정부나 여당 측에서 이 같은 근거로 특조위 활동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실상 특조위 활동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변인은 "선체 인양 후 조사를 위해 최소한 3개월이 필요하다"며 "필요하다면 특별법 개정안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참사 희생자 유가족들과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 등 집회 참석자들이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1년 기억하라 행동하라 행사 및 정부시행령 폐기 총력행동 집회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세월호참사 희생자 유가족들과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 등 집회 참석자들이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1년 기억하라 행동하라 행사 및 정부시행령 폐기 총력행동 집회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
◇ 유가족 "정부, 인양 결정했다고 시행령안 거래 대상으로 삼아선 안돼"

유가족들은 정부가 선체 인양을 결정한 뒤 시행령안 폐기를 일종의 '거래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유가족들은 "시행령안 폐기 없이는 반쪽짜리 대책"이라며 "시행령안 폐기 없이는 선체 인양해도 제대로 된 조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유가족들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 요구에 "시행령안 수정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언급만 반복할 뿐 구체적인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조사에 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겸훈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 같은 방대한 사건을 조사하는 데 기한을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았다"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하지 않는다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필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향후 진상 규명과 관련 유가족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불필요한 갈등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이 유가족들에게 신뢰를 잃으면서 결과적으로 소모적인 오해를 일으킨 점이 있다"며 "지금처럼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는 것은 국가로서 정직하지 못한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