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고등검찰청 전경 /사진=뉴스1
수사팀은 초반 '성완종 리스트'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경남기업 측 관계자들 조사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이후 경남기업 측이 현금성 비자금 사용 내역 등의 증거를 인멸한 사실이 확인돼 '리스트' 자체에 대한 수사는 멈춘 채 증거인멸 쪽으로 수사력을 집중했다.
◇수사 초기 빠르게 압수수색 했지만 여전히 핵심 증거 확보 못해
성 전 회장의 '비밀 장부' 등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자료는 여전히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의 일정이 기록된 다이어리 등은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성 전 회장이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은 박 전 상무 등을 상대로 장부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등을 추궁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 진술 모두 수사팀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수사팀이 수사 초기부터 벽에 부딪혔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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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은 "이번 주 초까지 경남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며 "증거인멸 수사와 리스트 의혹 수사가 만나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수사를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현재 가지고 있는 증거를 토대로 리스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팀 갈길 먼데…어디까지 진행될까
수사팀이 기초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한 만큼 이번주 중에는 리스트에 오른 정치권 인사들의 측근들이 검찰에 불려올 가능성이 높다. 첫 수사 대상으로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꼽힌다. 이완구 국무총리 역시 조만간 사표가 처리될 전망이라 수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문제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 2012년 대선과 관련된 인물들이다. 성 전 회장은 이들에게 2012년 대선자금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고 했다. 이번 사건에서 휘발성이 가장 강한 부분이다.
이들의 경우 돈을 전달한 제3의 인물 등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경남기업이 가지고 있는 회계자료나 성 전 회장 측근들의 진술이 절대적이다. 수사팀은 그러나 아직 이 부분까지는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그냥 의혹으로 끝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한 과정이 예상된다"며 "어떤 길로 가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지 밤낮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