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보름째 성완종 특별수사팀, '증거'는 없고 '증거인멸'만…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한정수 기자 2015.04.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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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 의혹 부분 수사 사실상 진행 안되고 있어…수사팀 "밤낮으로 고민한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고등검찰청 전경 /사진=뉴스1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고등검찰청 전경 /사진=뉴스1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을 수사 중인 경남기업 의혹 관련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27일로 출범 15일째를 맞았다.

수사팀은 초반 '성완종 리스트'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경남기업 측 관계자들 조사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이후 경남기업 측이 현금성 비자금 사용 내역 등의 증거를 인멸한 사실이 확인돼 '리스트' 자체에 대한 수사는 멈춘 채 증거인멸 쪽으로 수사력을 집중했다.



수사팀은 현재 성 전 회장의 측근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수행비서 이용기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하고 매일 조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 초기 빠르게 압수수색 했지만 여전히 핵심 증거 확보 못해



수사팀은 초반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 등은 빠르게 진행했지만 핵심 증거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미 검찰이 한차례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회사 직원들에 의해 증거가 인멸됐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의 '비밀 장부' 등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자료는 여전히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의 일정이 기록된 다이어리 등은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성 전 회장이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은 박 전 상무 등을 상대로 장부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등을 추궁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 진술 모두 수사팀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수사팀이 수사 초기부터 벽에 부딪혔다'는 말도 나온다.


수사팀은 "이번 주 초까지 경남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며 "증거인멸 수사와 리스트 의혹 수사가 만나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수사를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현재 가지고 있는 증거를 토대로 리스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팀 갈길 먼데…어디까지 진행될까

수사팀이 기초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한 만큼 이번주 중에는 리스트에 오른 정치권 인사들의 측근들이 검찰에 불려올 가능성이 높다. 첫 수사 대상으로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꼽힌다. 이완구 국무총리 역시 조만간 사표가 처리될 전망이라 수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문제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 2012년 대선과 관련된 인물들이다. 성 전 회장은 이들에게 2012년 대선자금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고 했다. 이번 사건에서 휘발성이 가장 강한 부분이다.

이들의 경우 돈을 전달한 제3의 인물 등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경남기업이 가지고 있는 회계자료나 성 전 회장 측근들의 진술이 절대적이다. 수사팀은 그러나 아직 이 부분까지는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그냥 의혹으로 끝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한 과정이 예상된다"며 "어떤 길로 가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지 밤낮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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