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은 없다…기업문화 갈아엎어라"

머니투데이 키플랫폼취재팀=이상배 기자, 안정준 기자, 신현우 기자, 이해진 기자, 강기준 기자, 안재용 기자 2015.04.2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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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키플랫폼] (종합) 'Back to Zero: 담대한 실행'…'2015 키플랫폼' 성황 속 폐막

딘 시바라 SAP 부사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Back to Zero: 담대한 실행'을 주제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5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딘 시바라 SAP 부사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Back to Zero: 담대한 실행'을 주제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5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지름길'은 없었다. '실행력'을 갖춘 혁신기업으로 거듭나려면 과감한 결단과 뼈를 깎는 노력으로 기업문화를 갈아엎는 수 밖엔 없었다. 직원들에게 권한을 대폭 넘겨주고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 우리 기업의 잃어버린 '실행력'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23∼24일 이틀 간의 일정으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5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도출된 결론이다.



'Back to Zero: 담대한 실행'을 주제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된 '2015 키플랫폼'이 24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60여명의 국내외 연사와 약 1000명의 청중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번 행사는 첫날에 이어 이틀째까지도 좌석이 가득 찰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첫째날 총회와 4개 분과별 세션에 이어 열린 둘째날 행사는 수십명의 연사와 수백명의 청중이 한데 어우러진 '토크콘서트' 형식의 실무형 쌍방향 워크숍인 '플러그 인 앤 토크'(Plug in & Talk)와 다채로운 특별강연들로 채워졌다. 전날 총회 주제발표에서 화두로 제시된 '실행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지름길은 없다…기업문화 갈아엎어라"
◇ "실패를 용인하라"

이날 오전 '실리콘밸리 IT 거인들의 혁신 방법론'을 주제로 진행된 '플러그 인 앤 토크'에는 세계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SAP의 시바라 부사장과 세계최대 보안솔루션 업체 시만텍의 강 이사, 세계최대 네트워크장비업체 시스코의 헬더 안투네스 선임이사, 글로벌 기업용 솔루션업체 CA테크놀로지스의 비카스 크리샤나 부사장 등이 강연자 겸 패널로 참여했다.

SAP의 시바라 부사장은 "대기업의 혁신을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창의적 아이디어와 이를 시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자본, 그리고 제품이 팔릴 시장인데 이는 대부분의 한국 대기업들이 이미 갖추고 있는 부분"이라며 "그러나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행해 혁신으로 연결시켜주는 문화적 배경이 한국 대기업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시바라 부사장은 "한국 대기업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한국에서 '실패'의 의미는 '끝'이나 다름없다"며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기업문화는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구체화되지 못하도록 막는 장벽"이라고 말했다.

시만텍의 강 이사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실패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민첩 방법론'(Agile Methodology)을 소개했다. '민첩 방법론'이란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2∼3주 간격으로 고객에게 보여주고 고객의 반응을 반영해 수정을 거듭하는 방식을 말한다.

일반적인 대기업에서는 신제품을 내놓을 때 '폭포 방법론'(Waterfall Methodology)에 따라 6개월 이상에 걸쳐 기획과 개발 등의 단계를 거친 뒤에야 고객에서 신제품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신제품이 고객의 외면을 받는 등 실패의 위험이 크다.

강 이사는 "신제품이 출시된 뒤 결함이 고객에게서 발견됐을 경우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출시 전 기업 내부에서 결함이 발견됐을 때의 약 50배에 달한다"며 "실패의 부담을 줄이려면 '민첩 방법론'에 따라 개발 과정에서 수시로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니 강 시만텍 국제부 이사가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Back to Zero: 담대한 실행'을 주제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5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제니 강 시만텍 국제부 이사가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Back to Zero: 담대한 실행'을 주제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5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업 내 '스타트업'(신사업 조직)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과 관련, 시스코의 안투네스 선임이사는 "회사 내 스타트업에 자금을 대주고 힘을 실어주는 프로세스가 있는데, 이를 '알파'라고 부른다"며 "스타트업이 제시하는 아이디어는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내 스타트업은 아예 분사시켜 독립된 조직으로 활동하도록 장려하기도 한다"며 "그래야 기존 사업과 신사업 탐색에 모두 능한 '양손잡이'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스코는 직원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모으기 위해 글로벌 차원에서 아이디어 경진대회도 연다. 안투네스 이사는 "이 경진대회를 우리는 '혁신 마라톤'이라고 부른다"며 "최대한 구체적인 영역을 선택해 경진대회를 열고, 회사 내 직원 뿐 아니라 그 지역의 누구라도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온 아이디어들을 잘 걸러서 성숙 단계로 전환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CA테크놀로지스는 직원들에게 제품 개발의 방법을 직접 선택할 권한을 준다. 이 회사의 크리샤나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지시하기에 앞서 직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면 해당 제품에 대해 직원들 스스로 최선의 방식을 선택해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게오르그 비엘메터 헤이그룹 유럽지역 디렉터가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Back to Zero: 담대한 실행'을 주제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5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게오르그 비엘메터 헤이그룹 유럽지역 디렉터가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Back to Zero: 담대한 실행'을 주제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5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 "지휘자 같은 '타인중심적' 리더가 돼야"

이날 특별강연을 맡은 게오르그 비엘메터 헤이그룹 유럽지역 리더십 및 인사업무 디렉터는 "다가오는 미래에는 지휘자와 같은 '타인중심적'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직의 권한이 분권화되고 심지어 조직의 밖으로 권력의 축이 점점 이동하고 있는 만큼 팀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과거의 리더는 강력한 영향력으로 회사를 구하는 영웅과 같은 존재였으나 앞으로는 평소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필요할 때 지시를 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어떤 상황에서는 리더가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상황에서는 추종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관계를 맺어야 한다"며 "개방적인 자세로 관계를 맺는다면 타인을 통해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10년 이상에 걸쳐 전세계적으로 나타날 '메가트렌드'를 △동양에서 서양으로 진출하는 '세계화 2.0' △기후변화와 전략자원 부족 △중산층 급증 △개인주의와 가치 다원주의 △라이프스타일의 디지털화 △인구 고령화 △기술 융합 등으로 정리했다. 또 이 같은 메가트렌드들이 함께 작용하면서 발생하는 '퍼펙트스톰'으로 △이해관계자의 증가 △권력 이동 △새로운 업무 관행 △비용의 폭발적 증가 △기업의 윤리성 강조 등을 제시했다.

그는 “과거에는 북미·유럽 등 서양에서 아시아 등 동양으로 진출했다면 지금은 반대의 경우가 많다"며 "이는 기존의 '세계화 1.0'과는 다른 '세계화 2.0'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했다. 또 “전세계적으로 중산층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2030년에는 중산층 인구가 지금의 3배 가량으로 불어날 것"이라며 "특히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의 다양한 욕구들이 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엘메터 디렉터는 “빈공층의 경우 의식주 해결을 위해 돈을 벌지만 중산층은 자기표현을 위해 일을 하고 그에 따른 가치를 중시한다"며 "이들은 다양성을 요구하는 만큼 관리가 쉽지 않고 충성도가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라이프스타일의 디지털화는 '공'과 '사'라는 영역의 구분을 허물고 있다"며 "예컨대 직장 상사에 대한 불만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제기할 경우 전세계적으로 직장상사의 평판이 나빠지는 데 수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미디어에 따른 이 같은 권력의 이동을 리더들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엘메터 디렉터는 "인구 고령화의 가속화로 직장 내에서 2세대 또는 3세대가 함께 일을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경험차가 많은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 앞으로는 필요하다”고도 했다.

샤오쩐 왕 안추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Back to Zero: 담대한 실행'을 주제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5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샤오쩐 왕 안추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Back to Zero: 담대한 실행'을 주제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5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 "혁신, 일상 생활에서 시작하라"

또 다른 특별강연자로 나선 중국 농산물 전자상거래업체 안추의 왕 샤오쩐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혁신을 어디서 시작할 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혁신은 멀리서 찾는 게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왕 대표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안추를 예로 들며 "안추는 소비자 중심의 C2B(소비자-기업 간 거래) 유통 방식을 통해 소비 수요에 따라 농산물 생산량을 결정해 소비자들에게 보다 빠르게 신선식품을 전달하고 있다"며 "이는 장을 볼 시간이 부족한 바쁜 현대인들의 문제를 해결한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농산물을 생산한 뒤 적절한 판매처를 찾지 못하고 농산물을 판매할 효과적인 유통망도 알지 못하는 농민들에게도 효과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또 왕 대표는 "'질적 성장'을 이루려면 '양적 축적'이 선행돼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 해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많은 문제가 경험의 '양적 축적'을 통해 해결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의 구매패턴에 대한 데이터 축적을 '양적 축적'의 사례로 들었다. 왕 대표는 "안추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 데이터를 정밀하게 수집·분석해 시장 수요 정보를 미리 생산기지에 전달하고 있다"며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분석해 의미있는 정보를 만듦으로써 생산량을 수요에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왕 대표는 '공유'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창업가가 된 후 공유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았다"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음으로써 새로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연결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자가 '세 사람 중 하나는 나의 스승'이라고 했듯 일반 직원이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하고 직원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다"며 "열린 자세로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면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을 도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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