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대통령 해외순방 중 총리 사의→수용 '막전막후'

머니투데이 리마(페루)=김익태 기자 2015.04.2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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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300]정상회담 등 빽빽한 일정…靑 "보고받았다→안타깝다" 5시간여 걸려

전례 없는 대통령 해외순방 중 총리 사의→수용 '막전막후'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이 이를 사실상 수용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담 등 순방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만큼 대통령의 의중이 언론에 전달된 것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거센 사퇴 여론에도 버텼던 이완구 총리가 페루 순방 중인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21일 자정을 3분 넘긴 때였다. 14시간 시차로 페루는 20일 오전 10시 3분이었다.



이날 오얀타 우말라 페루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예정됐던 박 대통령은 이 때 리마 소재 독립기념광장에서 독립기념비 헌화 일정을 소화 중이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이 보고를 받았다"고 관련 보도를 확인해 준 것은 그로부터 20여분이 흐른 뒤였다. 10시 35분 예정된 공식환영식 때문에 따글레궁 및 대통령궁으로 이동하는 시간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문자를 통해 전해진 것은 그로부터 5시간 쯤 지난 오후 3시 38분이었다. 그 사이 박 대통령과 수행원들은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 양해각서(MOU) 및 공동기자회견, 페루 '1대1 비즈니스 상담회장 방문, '한-페루 비즈니스 포럼' 참석 등 빽빽한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3월 중동 4개국 순방에 이어 이번 중남미 4개국 방문에서도 국가별로 '1대1 상담회'가 쉐라톤 리마 호텔에서 개최됐는데, 박 대통령은 상담장을 직접 찾아 중남미 시장을 개척 중인 중소기업들을 격려했다. 민 대변인은 이 행사장에서 박 대통령의 "안타깝다"는 발언을 전달받고 이를 수행기자단에게 전달했다.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고, 박 대통령이 사실상 이를 수용함에 따라 21일 오전 이 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릴 예정인 국무회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주재한다. 최 부총리가 사실상 총리 직무대행 역할을 맡기 시작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이와 관련,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국론분열과 경제 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내각과 비서실은 철저히 업무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평소 표정의 변화 없이 순방 일정을 소화했지만, 자리를 비운 사이 총리가 불명예스러운 일에 연루돼 사의를 표명한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만큼 속내는 상당히 복잡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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