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과열논란, PER 2000년 수준까지 상승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5.04.1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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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주가순자산비율)이 뭔가요"

한 자산운용사 임원이 얼마 전 30대 초반의 후배 펀드매니저에게 "코스닥 PBR이 지나치게 높아 보이니 투자에 유의하는 게 좋겠다"고 말을 건넸다 들은 말이다.

최근 코스닥지수가 700선을 돌파하고 바이오, 뷰티 등 주도주들의 추세도 살아있으나 객관적으로 볼 때 과열징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워낙 강하다 보니 매니저들까지 흥분상태에 빠져있는 것 같다는 게 이 임원의 말이다.



그는 "투자 전문가들인 매니저가 PER(주가수익비율)이나 PBR같은 기본 지표를 모를 리는 없다"며 "리스크나 적정주가 분석이 무의미할 정도로 시장이 뜨겁다보니 나온 얘기"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코스닥시장은 이렇다 할 조정을 밟지 않고 전 종목이 오르는 '무차별 강세'를 보이고 있다. 10종목 가운데 9종목 가량이 연초대비 주가가 올랐고 상승폭도 평균 30~40%대를 기록할 정도다. 일단 PER이나 PBR만 놓고 보면 과열징후가 뚜렷한 게 사실이다.



19일 와이즈에프엔이 실적 가이던스가 나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12개월 선행 평균 PER은 현재 코스피가 10.89, 코스닥이 16.72로 각각 집계됐다. PBR은 코스피 1.02, 코스닥 2.21로 PER보다 격차가 컸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코스닥 PER은 2002년 1월10일 16.93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코스피 PER은 고점이었던 2007년7월(12.97)보다 20% 가량 낮은 상태다.

일단 PER만 놓고 보면 코스닥은 과거 IT버블이 심각했던 2000년대 초반 수준까지 주가가 오른 상태라는 얘기다. 개별 기업들의 주가 대비 실적현황을 살펴보면 더욱 격차가 커진다.


코스닥 시총순위 17위인 바이로메드는 지난해 61억원 매출에 순이익은 1억5800만원 남짓이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1조2054억원에 달한다. 시총 17위(1조6540억원)인 산성앨엔에스는 지난해 17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시가총액이 5000억원을 넘는 코스온은 순이익이 5억원에 불과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들은 PER 뿐 아니라 PBR 역시 수십배를 적용받고 있는 기업으로 주가지표로만 보면 과열단계도 넘어선 수준"이라며 "이 밖에 다른 기업들도 12개월 선행 PER이 100배가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주가가 상식이상으로 오른 건 사실이나, 단순한 지표만 가지고 '과열'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산성앨엔에스나 코스온 등 화장품업체들은 주가만 놓고 보면 사기가 부담스러운 주식이 틀림없다"며 "그러나 이들은 중국시장 수출확대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추세가 확인된다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표적인 중국 수혜주로 부상한 아모레퍼시픽이나 오리온, 농심 등도 초창기 중국시장에 진출했을 때는 난항을 겪었고 사업모델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며" 그러나 십수년이 지난 현 시점에 이들이 일종의 '성공 롤 모델'로 부상하며 관련주들의 주가를 견인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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