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상황에 따라 10여분 가량 지각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 과거에는 그냥 넘길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조금이라도 지각할 것 같은 상황이라면 외출증을 끊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각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청사 근처에 식당이 많지 않아 멀리까지 식사를 하러 가더라도 1시 이전에는 무조건 복귀해야 한다. 서울 출장을 간 공무원들이 퇴근 시간 무렵 세종으로 헐레벌떡 복귀해 ‘퇴근 기록’을 남기는 일도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국무조정실은 출장이 잦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최근 3개월간의 외부 행적을 직접 소명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출입증까지 제출받았다.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자 볼멘소리도 그치지 않는다. 최근 출근길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잠재적 죄인 취급을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공직기강이 해이해졌다면 바로잡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일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안타까움 마음이 먼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세종관가에서 ‘사라진 김과장’이 등장하기 전 가장 많이 회자됐던 단어는 ‘길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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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세종으로 이원화된 업무구조 탓에 잦은 출장을 떠나야 하는 세종청사의 공무원을 빗댄 말이다. 잦은 출장을 반길 공무원이 얼마나 될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공무원들의 출퇴근 기록이나 뒤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진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