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분에 1대, 1시간에 2대?' 가전제품 판매돌파의 속사정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5.04.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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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프리미엄 제품 판매량, 사실 전체 시장에서 비중 '미미'…최고급 모델의 시장 선도효과 '의미'

'1달 만에 1200대' (삼성전자 SUHD TV)
'100일 만에 1만2000대' (LG전자 신형 트롬 스타일러)
'1년 만에 2만대' (삼성전자 셰프컬렉션 냉장고)

최근 들어 전자업체들이 '얼마 만에 몇 대를 판매했다'는 식의 보도 자료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물론 자사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홍보 활동이다.



'OOO대'라고 자신 있게 숫자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팔았다는 얘기다. 1200대, 2만대 등 얼핏 보면 작은 숫자가 아니다.

하지만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결코 많은 숫자도 아니다. 삼성전자의 최고급 TV인 SUHD TV 3월 판매량 1200대만 해도 그렇다. 명확한 통계는 없지만 업계에 따르면 연간 국내 TV 시장은 200만~250만대 규모다. 200만대로 잡아도 월 약 17만대 시장이고 이중 1200대는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작년 3월 내놓은 프리미엄 냉장고 셰프컬렉션의 1년 판매량 2만대도 사정이 비슷하다. 1시간에 2대가 팔린 꼴인데 전국 모든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1시간 내내 2대가 팔렸다는 게 '대박'의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우리나라 냉장고 시장은 연간 120만대 정도로 김치냉장고 등을 모두 포함하면 300만대까지 보기도 한다. 120만대로 잡아도 2만대는 1%대 시장점유율이다.

얼마 전 LG전자가 생산 공장까지 언론에 공개하며 자랑했던 청소기도 마찬가지다. 무선청소기인 코드제로 핸디스틱 청소기의 올해 월 평균 판매량은 1만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 역시 전체 시장 규모(연간 250만대 추산)를 감안하면 5% 미만이다.


사진 위에서부터 삼성전자 SUHD TV, LG전자 트롬 스타일러, 삼성전자 셰프컬렉션 냉장고/사진제공=각사사진 위에서부터 삼성전자 SUHD TV, LG전자 트롬 스타일러, 삼성전자 셰프컬렉션 냉장고/사진제공=각사


결국 이 같은 숫자놀음은 얕은 홍보전술일 뿐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비록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의미 있는 숫자라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해당 제품들이 최고급 모델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당장은 상대적 비중이 작더라도 전체 시장을 견인하는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SUHD TV의 경우 2월에 출시됐지만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건 3월부터다. 삼성전자는 가격이 최소 500만원대(55형 출고가 549만원) 이상인 제품이 판매 첫 달 올린 성적으로는 양호하다고 판단했다.

셰프컬렉션도 출고가가 549만~728만 원에 달하는 국내에서 가장 비싼 냉장고다. 냉장고 시장은 매년 3~5% 정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데다 점점 대용량화, 고급화되고 있어 최고급 모델의 시장선도 효과가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LG전자의 코드제로 무선 청소기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쌌지만 빠르게 시장을 변화시켜 1년 새 청소기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넘어섰다.

아예 시장을 새로 만드는 프리미엄 제품도 있다. LG전자가 작년 말 출시한 신형 트롬 스타일러(복합 의류관리기)는 2011년 출시한 이래 아직까지 경쟁모델이 없다. 신 모델은 나온 지 100일 만에 1만2000대, 12분에 1대꼴로 팔렸다.

이쯤 되면 숫자 자체도 작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전통적 비수기인 1분기인데다 가전시장 위축이 여전한 점을 감안하면 프리미엄 제품들의 절대적인 판매량도 낮다고는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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