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방문·김무성 단독 회동…박 대통령의 긴박했던 출국일

머니투데이 진상현 오세중 기자 2015.04.1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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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성완종 파문, 장기 순방 앞두고 국정 공백 최소화 주력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1주기'인 16일 남미 순방 출국을 앞두고 긴박한 하루 보냈다.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팽목항을 직접 찾았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독대해 국정 현안을 당부하기도 했다. 세월호 1주기에 장기 순방을 떠나야 하는데다 '성완종 파문'으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1주년인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정부는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며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겠다"고 밝혔다. 2015.4.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1주년인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정부는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며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겠다"고 밝혔다. 2015.4.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팽목항 깜짝 방문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세월호 사고 현장 인근의 전남 진도 팽목항을 깜짝 방문했다. 박 대통령의 팽목항 방문은 지난해 5월 4일 이후 11개월만이다. 남미 순방 출국 날짜가 세월호 1주기인 이날로 잡히면서 여론이 심상치 않자 민심을 다독일 카드가 필요하던 상황이었다. 방문 일정은 전날까지도 비밀에 부치는 극비에 진행됐다. 청와대 측은 이번 순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출국일이 정해졌다고 설명했지만 유가족과 국민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비판이 높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현장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세월호를 인양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세월호 인양이 이미 기정사실화 돼 있었던데다 실종자 가족들의 거부로 만남이 불발되는 등 민심을 수습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장기 순방-성완종 파문, 김무성 대표에 'SOS'= 오후에는 김무성 대표와 전격적으로 회동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와의 단독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환종 파문'으로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장기 순방을 떠나게 되자 당권을 쥔 여당 대표에게 'SOS'를 친 셈이다. 이번 순방은 남미 4개국을 도는 것으로 9박12일 일정이다. 특히 4월에는 공무원연금개혁안, 남은 경제활성화 법안과 민생 법안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국정 2인자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고 3인자라고 할 수 있는 경제부총리까지 해외에 있는 상황에서 장기 순방을 가야해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동의 결과는 기대치에 못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박 대통령은 진실 규명을 위해 특검 도입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언급했지만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이완구 총리의 거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이 총리의 거취 문제 등 다양한 의견을 모두 전달했다고 밝히고, 박 대통령이 순방 후 결정을 하겠다고 언급해 순방 후 이 총리의 거취를 정리하는 쪽을 공감대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총리의 거취에 대해 결정을 내렸더라도 열흘 이상 자리를 비우는 상황에서 국정 2인자에 대한 거취를 바로 언급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성완종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5.4.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성완종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5.4.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야당은 알맹이 없는 시간 끌기 회동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국민은 이완구 총리의 즉각적인 사퇴를 기대하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면서 "김무성 대표는 가감 없이 의견을 전달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은 성난 민심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 정치 지형 달라지나= 이번 회동을 두고 여권의 정치 지형 변화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박 대통령이 먼저 김 대표에게 요청해 단독으로 회동하고 국정 현안을 당부한 것이 청와대 주도의 국정운영이 한계에 다달았음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청와대와 일부 '친박 핵심' 인사들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해왔지만 정권 실세들과 친박인사들이 대거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되면서 '권력 공백'이 발생한 상황이다. 하지만 회동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적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다"면서도 " 이번 회동은 총리 문제로 인해 불가파한 측면이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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