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벌었다…" 올해 상장사 86%가 주가 올라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5.04.13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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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고 (종목을) 골랐어도 벌었을 텐데요…"

최근 주식으로 손해를 봤다고 푸념하는 투자자들에게 전문가들이 농담 삼아 건네는 말이다. 기준금리 1%대 진입, 폭발적인 외국인들의 매수세 유입 등 올해 증시 투자 여건이 어느 때 보다 좋아 오히려 돈을 잃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오래전 미국에서 침팬치에게 기업들의 이름이 적힌 카드를 주고 투자할 종목을 뽑게 했더니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보다 수익률이 좋았다는 얘기가 떠오른다. 올 들어 상장사 대부분의 주가가 크게 올라 실제로 침팬지가 찍은 기업이라도 수익을 냈을 가능성이 높다.



12일 머니투데이가 1945개 상장사(코넥스·상장폐지 기업 등 제외)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현재 주가가 지난해 말보다 오른 기업이 전체 상장사의 86.2%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분석은 유·무상증자나 액면분할, 감자 등 주가에 단층을 주는 왜곡현상을 수정한 결과를 기준으로 했다.

우선 코스피에서는 분석대상 884종목 가운데 주가가 올랐거나 보합을 유지한 종목이 741개에 달했고 하락종목은 143개에 불과했다. 전체 기업 가운데 83.8%가 주가가 올랐다는 얘기다.



주가가 떨어진 종목까지 반영한 주가 상승률은 평균 26.6%로 나왔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915.59에서 2087.76으로 9% 오르는데 그쳤다. 단순 주가 수익률과 지수의 상승률 격차가 큰 것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지수 구성 비중이 높은 대형주들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완만했기 때문이다.

종목별 상승률은 대단했다. 주가가 2배 이상 오른 기업만 30종목이었고 50~100%는 106개, 10~49%는 454개에 달했다. 전체적으로 주가 상승률이 10% 이상인 기업만 590개 종목에 달한다. 주가 상승률이 10% 미만인 종목은 151개로 집계됐다.

주가상승률 1위는 한국화장품제조인데 연말 7840원에서 현재 4만6500원으로 주가가 6배 가까이 올랐다. 대림B&CO가 363%로 뒤를 이었고 이 밖에 삼성제약(300%), 한국주철관(289%), 한국화장품(246%), 인디에프(190%), 한창(182%), 한미약품(178%), 코오롱글로벌(176%), 한미사이언스(168%) 등이 주가 상승률 10위 안에 들었다.


화장품·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증권주와 건설주, 식품주들의 강세도 두드러졌다. 증권주 가운데는 유안타증권 우선주가 151%로 1위를 차지했고 유진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이 각각 139%, 124%로 2위와 3위에 올랐다.

건설주에서는 신세계건설과 진흥기업, 삼부토건의 움직임이 좋았고 식품에서는 CJ씨푸드1우, 사조산업, 서울식품우, 삼양제넥스, 크레운제과우, 삼립식품, 사조씨푸드 등이 많이 올랐다.

코스닥시장은 더 뜨거웠다. 분석대상 1061 기업 가운데 88.3%인 937개 기업의 주가가 올랐다. 10곳 중 9곳이 오른 셈이다. 전체 기업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36.1%에 달했다. 코스닥 전체 주식을 1주씩만 샀어도 펀드매니저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코스닥에서는 아이넷스쿨의 주가가 가장 크게 올랐다. 연말 1790원에서 현재 1만2600원으로 무려 7배가 됐다. 뒤를 이어 신라섬유(439%), 네이처셀(359%), 부원개발(304%), 보타바이오(281%), 양지사(279%), 유니셈(277%), 산성앨엔에스(276%) 경남제약(274%), 케이엘티(274%) 등이 주가 상승률 상위 10위 기업들이다. 코스닥에서도 화장품, 제약, 바이오 기업들의 강세가 여전했으나 일반 제조업과 IT(정보기술), 유통, 부동산투자 등 다양한 업종이 고른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한 평균 수익률은 31.3%로 집계됐다. 시장을 가리지 않고 아무 주식이나 샀어도 돈을 벌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 PER(주가수익비율)이 다소 높아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유동성이 풍부해 추가 상승도 가능한 상황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강세는 유동성 프리미엄을 반영하고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2200선까지는 무난히 오를 것으로 보며 그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또 “저금리 기조 속에 유동성이 풍부해진 환경에서 굳이 상단을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며 "게임 등 '놀자주(株)'에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일하자주(株)'의 실적 개선과 매수세 유입도 주목할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대외 불확실성 해소와 경기활성화 정책 등으로 10년 만에 금융장세가 오는 계기가 마련돼 전반적으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이 한 단계 레벨업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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