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발동 걸린 韓증시…新주식시대 예고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주명호 기자 2015.04.1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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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가까이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증시에 뒤늦은 발동이 걸렸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뜨겁게 달아오르는 동안 한국은 철저히 소외돼 왔다.

그러나 최근 풍부해진 유동자금과 기업들의 실적개선, 외국인 매수세 유입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며 증권사 전광판이 연일 붉게 물들고 있다. 여기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조정했다는 호재까지 겹쳤다.



10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8.89포인트(1.4%) 오른 2087.76으로 마감, 2011년 8월2일(2121.27) 이후 3년8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합계는 1304조원으로 지난 1월 1200조원을 돌파한 후 3개월여만에 '1300조' 시대에 진입했다.

이날 코스피 시총 상위 30개 종목 가운데 주가가 하락한 것은 네이버와 삼성생명, 제일모직, LG전자, 삼성SDI 등 5종목에 불과했다.



코스닥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연중 최고치인 682.02로 장을 마쳤다. 전날보다 5.06포인트(0.75%) 오른 것으로 시가총액 역시 사상최대인 18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거래대금도 4조1710억원으로 연중최대다.

장중 전해진 신용등급 전망상향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이날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Aa3(AA-)'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은 기존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로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신용등급을 한차례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무디스는 개선된 기업 부채관리와 글로벌 시장 혼란에 대한 취약성 감소, 양호한 재정긴축 실적을 전망 상향의 근거로 들었다. 무디스측은 "한국 정부의 정책이 비금융 국영기업들의 운영 효율성을 개선시키고 공공부채 부담을 줄이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2011년 5월 2228.96(종가기준)으로 역사적 고점을 찍은 코스피는 그해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1700선까지 떨어졌고 한 달 뒤에는 1652.71까지 밀렸다.

이후 1800~2100선 구간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지난해 하반기 정부의 강력한 내수부양책을 토대로 박스권 돌파시도를 했으나 실적부진 등 각종 악재가 터지며 1900선까지 되밀렸다.

반면 2009년 3월 6500선이었던 미국 다우지수는 올 3월 1만8000대까지 3배 가량 올랐고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도 2100대에서 4000선으로 상승했다. 이 밖에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3배가량, 독일 닥스지수는 4배 가까이 올랐다.

한국증시가 철저히 소외됐던 까닭은 '고성장'을 구가해왔던 기업들의 성장곡선이 둔화되면서 상대적인 메리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바통을 중국 등 신흥증시가 받아갔다. 여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경기회복이 가파르게 진행됐다는 점도 대안시장인 한국의 매력을 떨어뜨린 요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극심한 실적부진을 겪었던 삼성전자를 필두로 기업들의 실적개선이 가시화화고 있으며 기준금리가 1%대로 진입하며 시장 유동성도 풍부해졌다. 오랜 기간 바닥을 다지며 주가의 메리트도 부상했다.

주가상승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최근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증시를 사야한다며 '매수'의견을 잇따라 내놓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2200선을 넘어 '사상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용대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장세는 풍부한 유동성에 기업들의 실적까지 뒷받침되는 국면"이라며 "올해 상반기 코스피지수가 2000~2220구간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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