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책통]요우커 1천만 시대와 ‘중국 인문 기행’

머니투데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2015.04.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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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책통]요우커 1천만 시대와 ‘중국 인문 기행’


2014년에 600만 명의 요우커(遊客)가 한국을 찾아서 14조 원에 이르는 돈을 썼다. “꺼져가는 백화점·면세점 사업을 살려놓고, 존폐 위기에 놓였던 양양공항의 위기 탈출, 제주도의 제2공항 건설” 등이 모두 요우커가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설파하는 ‘요우커 천만시대, 당신은 무엇을 보았는가’(전종규·김보람, 미래의창)는 요우커가 매년 20% 이상 증가해 2018년이면 1천만을 돌파해 30조 원이 넘는 돈을 한국에서 소비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4년에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연령대는 20~30대(41.8%)이고, 개별여행(53.8%)으로 처음 한국에 입국(74.3%)하는 여성(62.5%)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행활동에서 쇼핑(82.8%)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 평균 2,217달러를 지출했다. 선호하는 쇼핑장소로는 시내 면세점(60.7%)·명동(42.8%)·공항면세점(30.1%) 순이었으며 그들의 쇼핑리스트에는 향수·화장품(73.1%)·의류(40.8%)·식료품(32.7%)이 최고 순위에 올라 있다.



요우커가 급증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중국인들의 투기붐에 따른 제주도 난개발이우려되고 있고, 홍대 근처의 건물이나 땅을 중국인들이 매수하기 시작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인구 700만의 작은 도시 홍콩에서는 요우커가 1년에 4000만 명이나 유입되는 바람에 교통이 마비되고 생필품이 동이 나서 주민들이 요우커의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우리는 요우커가 늘어나는 것을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치와 군사를 결합해 타국의 내정에 간섭해온 미국의 ‘하드파워 전략’과 달리 중국은 문화를 경제에 결합시킨 ‘소프트파워 전략’으로 세계를 공략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 세운 ‘공자학교’가 대표적이다.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으로 잘 고찰해야 한다. ‘중국 인문 기행’(송재소, 창비)은 시와 술과 차를 소재로 오늘의 중국을 낳은 중화문명의 실체를 알려주는 인문적 실용서다. 평생을 연구한 학자의 학문적 깊이와 중화 문명의 진수가 잘 결합돼 우리가 중국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를 잘 알려준다. ‘길 위에서 읽는 중국 현대사 대장정’(윤태옥, 책과함께)은 마오쩌둥의 368일 대장정 역사의 현장을 59일 동안 1만 2800킬로미터를 답사하면서 기록한 중국 현대사 이야기다. 한 해의 절반을 중국에서 역사와 문화를 찾아 여행하는 방송 PD가 신중국을 탄생시킨 고난의 역사를 실제 현장에서 읽어내고 있다.

오늘날 춘추전국시대를 조명한 책은 넘치지만 ‘인문학적 유산’을 조명하면서 깊이를 지닌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예수가 탄생한 이후, 20세기 동안 단 2세기 정도만 빼고는 GDP가 세계 1위였던 중국의 속국으로 다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자들과 출판인들이 중국을 깊이 알 수 있는 책을 더욱 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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