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김영덕 감독, '전설(傳說)'이 보는 한국야구 현실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5.04.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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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김영덕 감독.한국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김영덕 감독.


지난 3월 28일 서울 난지야구장에서 열린 제5회 CMS기 전국여자야구대회 개막식에서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傳說)' 김영덕(79) 전 OB, 삼성, 빙그레 감독을 만났다.

김영덕 감독은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회장 정진구)의 자문위원으로 WBAK가 센트럴메디컬서비스(CMS 대표 김부근)와 공동 주최하는 대회에 격려 차 참석했다. 지난 해 개막식 때도 함께 했는데 김영덕 감독은 변함없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에 헌신적으로 '야구 열정'을 기부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번 만남에서는 작년에 비해 더 여윈 모습이었다. 오래 전 위암 수술을 받았는데 최근 심근경색으로 한 번 더 큰 수술을 받았다. "죽을 뻔 했어요"라는 김영덕 감독의 말에서 이제는 그만의 '야구 혼(魂)'이 '한국 야구를 위해 이 분을 살려 놓으셨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김영덕 감독은 1936년생으로 벌써 만 79세, 우리 나이로 80세이다. 그런데 그의 형형한 눈빛에서 뿜어 나오는 '야구 혼(魂)'은 변함없이 뜨거웠다. '전설(傳說)'이 보는 한국 야구의 현실을 들어보았다.



- 빙그레(한화) 이글스 감독을 하셨습니다. 그 자리에 김응룡(74) 감독에 이어 올 시즌부터 김성근(73)감독이 사령탑을 맡아 팀 재건에 나섰는데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김영덕 감독-김응룡 감독-김성근 감독이 야구계에서는 '원조 3金'이다. 김인식 현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은 68세로 연배가 낮다. 김영덕-김응룡-김인식 감독이 모두 한화 감독을 역임했고 김성근 감독이 이번에 재건 책임을 맡았다.)

분명히 좋아질 것으로 봅니다. 김성근 감독만이 가진 능력과 장점이 있어요. 다만 제 관점에서 볼 때 아쉬운 점은 아직도 한국프로야구가 전체적으로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는 올해로 34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그런데 훈련 방식이나 여러 면에서 제가 감독을 하고 있던 때와 같거나 비슷합니다. 틈 날 때마다 야구 중계를 보고 있습니다. 야구는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야구에 접근하는 방식은 옛날식을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강한 훈련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시도와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리 나이 80세. 김영덕 감독의 야구열정은 전혀 늙지 않았다. 우리 나이 80세. 김영덕 감독의 야구열정은 전혀 늙지 않았다.
- 한국 야구계가 전반적으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2012년 서울에서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 선수권대회가 열렸습니다. 얼마 전 행사에서 당시 강승규 대한야구협회장을 만날 기회가 있어 아쉬움을 전했는데요. 제가 잠실구장에서 시구가 예정돼 있었는데 비가 와서 취소됐어요. 목동구장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씀 드렸죠.


제1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1981년 7월 미국 오하이오주 뉴워크에서 열렸는데 당시 제가 한국 대표팀 감독이었습니다. 금메달을 따냈죠. 고려대 1학년이었던 선동렬, 선린상고 3학년 김건우가 투수진에서 활약했습니다. 나이 때문에 김건우의 선린상고 동기였던 박노준은 못 갔어요. 선동렬, 김건우는 1963년생이었는데 박노준이 1962년 생으로 한 살 많아 나이 제한에 걸렸어요. 이효봉도 어려웠던 상황에서 대표팀에 발탁해줬는데 글쎄요 고마워나 하는지는 모르겠네요.

이제는 프로야구가 10구단 시대가 됐습니다. 한국야구계 전체가 원로들까지 모두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야 10구단 시대를 안착시키고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배들의 노력이 있어 한국야구가 10구단으로 발전했습니다. 선배들에 대한 존중과 예의도 중요합니다.

- 이제는 제자의 제자뻘 되는 감독이 등장해 한국 야구계를 이끌고 있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난카이 호크스'에서 투수로 활약하다가 돌아와 한국 야구 발전에 헌신하셨습니다. 그래도 현재 한국 야구에 아쉬움이 있을 텐데요.

한국야구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바르게 가르치고 교육해야만 팬들의 사랑을 변함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가령 인터뷰 하나만 얘기해보죠. 때로는 감독이나, 선수, 코치가 선글라스를 쓴 채로 TV 인터뷰를 합니다. 이는 팬들을 존중하지 않고, 어렵게 여기지도 않는 행동입니다. 연장자에게나 팬들과 인사를 할 때는 선글라스를 벗고 한 뒤 꼭 필요한 경우 다시 쓰는 것이 옳고 바릅니다. 아마추어 야구는 선글라스를 모자 위에 못 걸게 시정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로야구도 국민 스포츠의 위상에 걸맞은 예의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 건강은 어떠십니까? 자택에서 이곳 난지도 야구장은 매우 멉니다.

아들이 운전을 해줘서 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한 시간 정도만 제가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여자야구 행사에는 한국여자야구연맹 정진구 회장이 잊지 않고 정중하게 초청을 해줍니다. 기쁜 마음으로 참석해 야구인들을 만납니다.

(김영덕 감독은 이날 대회 시구를 했다. 80에 가까운 나이에도 글러브를 낀 그의 눈빛에는 야구에 대한 변함없는 열정이 담겨 있었다. 10구단 시대, 한국프로야구는 '전설'들의 고견을 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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