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해" 안심전환대출에 총력전…은행의 아이러니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5.03.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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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대출 전용 창구 모습/사진=뉴스1안심전환대출 전용 창구 모습/사진=뉴스1


출시 1주일도 안 돼 20조원 한도가 소진될 정도로 '안심전환대출' 의 인기가 뜨겁지만 판매를 전담하는 은행들은 '역마진에 힘을 쏟는 꼴'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팔수록 손해'라며 울상이다. 더욱이 정부가 20조원 한도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은행권에선 "16개 은행의 판매 손실이 최대 3000억원에 육박하게 될 것"이라며 울상이다.

29일 금융위원회는 변동금리 또는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을 연 2%대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을 다음 달 3일까지 20조원 추가 판매키로 했다.



은행권은 수익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안심전환대출은 연 3.5% 안팎의 은행권 변동금리 만기 일시상환식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2.6%대의 고정금리 분할상환대출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더 높은 금리의 주담대 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넘기는 대신의 낮은 금리의 주택저당증권(MBS)을 받아온다. 은행 입장에선 판매가 늘어날 수록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다.

최진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심전환대출 한도가 40조원으로 늘어나면 대형 시중은행들은 손실은 300억~500억원 규모가 된다"고 예상했다. 16개 판매 은행의 전체 손실 규모는 최대 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전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 6조2000억원의 5%에 가까운 금액을 1분기만에 잃게 되는 것. 은행권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수신 금리를 낮출 가능성도 높아졌다. 소수 안심전환대출 대상자들의 이익을 위해 전체 은행 고객들이 손해를 보는 셈이다.



A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구조를 고정금리 분할상환식으로 바꿔 장기적으로 리스크를 줄인다는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방적으로 은행권에 수익성 훼손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관치금융'의 성격이 강하다"며 "겉으로는 금융개혁과 자율성을 내세우면서도 시장 상황을 반영한 금융사와 소비자 사이의 자율적 금리 결정까지 개입하는 것은 지나친 조치"라고 지적했다.

연체율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심전환대출은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에 반해 대출 전환 직후에는 기존에 이자만 내던 대출자들이 원리금을 함께 상환하게 돼 실질적인 월 상환 부담은 커진다.

B은행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 심사 과정에서 상환 능력을 면밀히 고려하고 있지만, 직장인처럼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 자영업자 또는 개인사업자, 여신 금액이 비교적 많은 대출자 등은 현금 유동성에 일시적인 차질이 발생하면 곧바로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은행 창구의 피로도마저 높아졌다. KB국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은 주요 영업점에 안심전환대출 전담 창구개설했고, 다른 은행들도 대출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영업점에 본점 직원들을 대거 파견하는 등 고객 응대에 나섰다.

C은행 관계자는 "기록적인 판매 행렬과 한도 소진 걱정에 조급해진 고객들이 대상자 여부조차 사전에 확인하지 않고 은행을 찾아오는 사례가 많아 실제 판매 건수 이상으로 상담 업무 부담도 크게 늘었다"며 "판매 3일째부터 은행 홈페이지에 안심전환대출 대상자가 되는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공지·운영하고 있으니, 확인해 보시는 게 고객의 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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