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中企 정책자금 신청 '열풍'의 씁쓸함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15.03.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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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 100억원도 안되는 우리같은 영세한 기업엔 여전히 은행문턱이 한없이 높아요.”

얼마전 만난 경기 소재의 한 중소기업 대표가 허탈하게 내뱉은 말이다. 그는 지난해말 공장증설에 필요한 시설자금 10억원을 구하기 위해 주거래은행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기존 대출금액이 남아있어 추가 대출을 위해선 예금담보로 6억원이 필요하다는 답을 듣고 쓸쓸히 발길을 돌려야했다.

사상 첫 1% 금리시대가 열렸지만, 중소기업들의 자금 갈증은 여전한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세차례나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강력하게 경기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별반 나아진 게 없다.



사실 중소기업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경우 대기업에 비해 훨씬 높은 이자를 물어야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2%였던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집계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연 4.2~4.3%에 달했다. 이는 대기업의 3.7%에 비해 높은 수치다.

여기에 개별 중소기업의 신용등급이나 담보종류 및 규모에 따라 금리를 더하면 중소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금리는 더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 문을 두드려보지만, 시설담보나 예금담보 요구에 좌절하는 중소기업들이 다반사다.



하물며 경기침체로 인해 제대로 이익도 못내 운영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의 고충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런 기업들은 추가 대출은커녕 은행의 상환압박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초저금리 시대에도 불구,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 정책자금에 목을 매고 있다. 올들어 지난 23일까지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접수된 정책자금 신청업체수는 무려 8733개에 달한다. 신청 금액은 2조8287억원으로 올해 전체 예산 3조3760억원의 87%에 달하는 규모다. 몰려드는 자금신청에 중진공의 서버가 마비될 정도다. 하지만 못내 씁쓸한 정책자금 신청 열풍이다.

중기 정책자금마저 바닥나면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어딜가서 자금을 융통해야할지. 정부나 시중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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