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나쁜 뉴스, 더이상 증시 호재 아니다

머니투데이 뉴욕=서명훈 특파원 2015.03.26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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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나쁜 뉴스, 더이상 증시 호재 아니다


나쁜 뉴스가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지 않고 악재로 그대로 반영됐다. 최근 나빠진 경기지표를 금리인상 지연 신호로 해석하며 환호했던 투자자들이 돌변한 셈이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은 2% 넘게 폭락하며 4800선까지 후퇴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최고 낙폭이다. 다우지수 역시 300포인트에 가까운 낙폭을 기록하며 1만8000선이 깨졌다. S&P500 지수도 1.5% 가량 급락했다. 이 때문에 뉴욕증시 변동성 지수(VIX)는 무려 13.36% 급등한 15.44를 기록했다.



웨드부시의 스티브 매소카 이사는 “오늘 발표된 내구재 주문 숫자는 특히 좋지 않았다”며 “투자자들이 달러 강세가 기업들의 이익을 감소시킬 것이라는데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많은 기업들이 당분간 조용한 시기를 보낼 것이어서 자사주 매입도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의 2월 미국 내구재 주문이 전월보다 1.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직전월(1월) 수정치 기록인 2.0% 증가를 크게 밑도는 동시에 전문가들의 전망치인 0.4% 증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내구재 주문 부진에 따라 이코노미스트들은 현재 1.2~2.0%(연간 기준) 수준인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증시는 경기 지표와는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여왔다. 경기 지표가 좋게 나올 경우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 증시에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 경기 지표 호조는 달러 강세로 이어졌고 이는 기업들의 실적 우려를 낳으며 증시는 하락했다.

실제로 지난 3월 7일 신규 고용이 예상을 뛰어 넘어 29만5000명 증가했다는 소식에 뉴욕증시 3대 지수는 1% 넘게 급락했다.


반대로 경기 지표가 나쁘게 나올 경우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며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경기 지표 악화는 달러 약세를 불러왔고 이 역시 증시에는 보탬이 됐다.

지난 13일이 대표적이다. 이날 소매 판매가 예상을 뒤집고 3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자 뉴욕증시는 5주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화답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주식시장과 채권 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최근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채권 가격도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만의 수석 전략분석가는 “지금은 주식과 주변 시장이 하나로 합병되는 경향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난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에는 시장이 함께 움직였지만 지금은 경기와 기업 이익에 대한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며 “시장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T3라이브닷컴의 파트너인 스캇 레들러는 “투자자들이 좋은 소식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며 “시장이 좋은 뉴스가 정말로 좋은 것인지 알지 못하게 되면서 다소 정체성이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가 급락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BNP 파리바의 대런 울프버그 수석은 “많은 투자자들이 에너지 주식을 팔고 반도체나 바이오 기업 주식을 매수했다”며 “유가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다시 투자자들이 에너지 주식을 사는 등 자금이 순환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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