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 캠핑을 한다면..'…상암 개벽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15.04.0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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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후']서울월드컵공원 …누군가에겐 쓰레기장, 누군가에겐 캠핑의 추억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쓰레기 더미 캠핑을 한다면..'…상암 개벽
"분명히 서울인데 이 안에 있으면 서울이 아닌 것같아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의 월드컵공원에도 봄이 왔다. 가족단위는 물론 연인이나 친구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지난달 28일 반려견과 함께 월드컵공원을 찾은 김모씨(서울 홍제동)는 “이곳에 오면 풀도 많고 나무도 많아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아 겨울에도 주말이면 꼭 나온다”며 “산책로가 잘돼 있어서 반려견과 함께하기 좋고 인근에 편의시설도 많아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원 곳곳에서는 휴대폰카메라로 바쁘게 셔터를 누르는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시민들에게 월드컵공원은 그저 깨끗하고 쾌적한 ‘공원’이다. 하지만 과거의 이곳을 알고 있는 이들에겐 지금의 월드컵공원은 천지개벽과도 같다. ‘공원’ 이미지보다 ‘쓰레기장’이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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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 캠핑을 한다면..'…상암 개벽
‘월드컵공원’은 1978년부터 15년 동안 ‘난지도’란 이름으로 서울시의 쓰레기매립장으로 활용됐다. 15년간 9200만톤의 쓰레기가 쌓여 100m 높이의 쓰레기산 2개를 만들기도 했다.



지금 월드컵공원에 있는 2개의 봉우리는 진짜 산이 아니라 이때 생긴 ‘쓰레기더미’다. 당시 난지도매립지 인근에 살던 주민의 상당수가 호흡기질환을 앓았다는 조사결과도 이 때문이다.

매립지는 1993년 폐쇄됐지만 쓰레기 반입이 중단된 후에도 메탄가스와 침출수 등으로 환경이 악화돼 생물이 살 수 없는 곳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유치로 상황이 급반전했다.

1998년 10월 난지도 일대에 월드컵 주경기장 건설이 시작되면서 그 주변을 개발하는 작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디지털미디어시티(DMC)를 포함한 상암뉴타운을 개발하는 동시에 매립지 일대를 5개 단지로 구분해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이 확정됐다.


계획안에는 난지도를 포함한 인근을 △평화의공원 △노을공원 △하늘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5개 테마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난지도 매립지에 해당하는 부분이 바로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이다.

월드컵경기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공원이 평화의공원이다. 월드컵을 기념하고 세계의 화합과 평화를 상징한다는 취지에서 붙인 이름이다. 한강에서 끌어온 물로 연못을 만들어 주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길과 휴식공간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늘공원은 월드컵경기장에서 바라봤을 때 2개 봉우리 중 왼쪽에 위치한다. 하늘공원에선 5대의 바람개비가 높게 돌고 있는데 이들 바람개비가 전력을 생산, 자체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아래 매립된 쓰레기더미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도 정제처리해 월드컵경기장과 주변 지역에 천연가스를 공급한다. 넓은 평지에는 억새와 띠, 메밀, 해바라기 등을 심어 초지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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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식생지, 산책로 등으로 조성된 노을공원은 캠핑장으로 더 유명하다. 노을캠핑장은 예약기간이 되면 몇 시간도 안돼 마감되기 일쑤다. 2004년 당시에는 대중골프장으로 임시운영되기도 했는데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일반공원으로 다시 개장했다.

난지천공원은 갈대와 버들이 우거진 하천공원이고 난지한강공원은 유람선선착장, 요트장, 캠핑장 등을 비롯해 운동장, 잔디마당, 생태공원구역 등이 들어서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월드컵공원 조성 이후 이 지역의 오염물질이 절반 이상 줄어들어 1000여종의 동식물 보금자리로 자리잡았다고 발표했다. 연간 이용객수만 약 980만명으로 어린이날이나 억새 축제기간에는 하루 약 20만명 이상 방문한다는 게 공원 측의 설명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03년 입주를 시작한 상암월드컵파크 3단지 84.94㎡ 매매가는 2004년 4억1000만~5억원에서 현재 5억7000만~6억3250만원으로 올랐다. 2005년에 입주한 월드컵파크 5단지 84.73㎡도 2005년에는 4억2500만~5억2000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 매매가는 6억500만~6억8250만원선이다.

인근 망원동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는 최모씨는 “예전엔 여기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지만 요즘엔 많은 이가 사는 걸 보면 신기할 정도”라며 “10년 만에 참 많은 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해결할 문제들이 남아있다.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대표적이다.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우리나라가 2차례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석유비축의 필요성이 대두, 1979년 매봉산 자락에 세워졌다.

하지만 상암동 일대가 디지털미디어산업 중심지로 개발되고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이 공원화되면서 2000년 용도폐기된 후 15년간 방치돼왔다. 앞서 서울시는 마포 석유비축기지를 공연장, 전시장, 도서관 등 친환경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친환경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석유 비축탱크 고유의 공간 특성을 활용한 전시시설을 만들고 도서관과 1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강의실, 2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공연장 등을 만들어 2016년 말 문을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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