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들, 문 대표에 조언 "공무원연금 개혁엔 '통큰 양보'를…"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2015.03.2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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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소득주도 성장' 방향성에 공감…"사내유보금, 법인세 인상이나 국채로 흡수해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위기의 한국경제, 해법을 말하다'를 주제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정당의 길-경제석학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15.3.23/사진=뉴스1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위기의 한국경제, 해법을 말하다'를 주제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정당의 길-경제석학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15.3.23/사진=뉴스1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3일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 석학들을 만나 소득주도 성장 등 새정치연합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 자문했다. 큰 방향은 잡았지만 구체적 각론에 대해 석학들의 조언을 구한 것이다.

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경제정당의 길-경제석학과의 대화'를 주최해 박 전 총재와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정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와 약 1시간40분 동안 만났다.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은 쌓아두면서 투자를 안해 가계소득이 오르지 않는다는 점에 공감하고, 이를 법인세나 국채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선 야당이 "통큰 협조를 해야 한다"는 답도 나왔다. 박 전 총재는 "정부가 하는 일 가운데 옳은 일은 통 크게 협조했으면 좋겠다"며 "공무원연금은 지금 국민과 후손들이 공무원연금의 일부를 부담한다는 데 문제가 있어 반드시 시정을 해야 된다. 이를 시정하는 일은 인기가 없는 일인데, 이것을 현 정부가 떠맡고 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용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에서 이 개혁에 소극적인 것 같은 인상을 국민에게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적극적인 자세로 이 문제를 해결해주시길 바라고 나아가 교원연금과 군인연금 개혁도 추진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공무원연금개혁 대타협기구의 활동 시한이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새누리당에선 야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타협기구가 합의안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활동은 약속대로 종료한 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5월6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표는 뒤이은 비공개 면담에서 공무원연금은 결국 노후소득을 어떻게 보장하는가의 문제라는 점을 밝혔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표는 "우리도 공무원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발목을 잡겠다는 게 아니"라며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는 선에서 고액연금을 받거나 다른 소득이 있는 경우엔 제한을 두면 우리 안이 여당 안보다 효과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서 참석자들은 새정치연합이 제시하는 '소득주도 성장' 경제정책의 방향성은 옳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 방향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문 대표에게 박 전 총재는 소득주도 성장은 정확히는 '가계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소득주도 성장과 기업소득주도 성장은 양자 택일의 문제가 아니고 '조화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그동안 기업에 이익을 몰아주면서 낙수효과로 가계소득이 늘어나는 고도 산업화 시대의 프레임을 들어 기업주도 성장에 90%, 가계소득 성장에 10%의 힘을 쏟았다면, 지금부터는 가계소득에 70%, 기업소득에 30%로 배분하는 게 맞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최경환 경제팀이 최근 꺼져가는 내수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겠다며 10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 부양책을 실시한 것은 350조 경제 규모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했다. 기업의 사내유보금 가운데 절반을 법인세로 걷거나 국채로 흡수하면 문제는 해결된다는 것.

이에 문 대표도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가계소득이 아닌 주식 배당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도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인상을 주장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중소기업에 돈이 흘러가서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임금이 오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경우에도 정규직 비정규직 사이에 차별이 있고, 남성 여성 근로자 사이에 차별이 있는 만큼 비정규직 여성들의 임금이 올라야 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에도 한계기업의 어려움을 고려해 세제혜택 등 지원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총재는 또 문 대표에게 전국 경제인 연합회를 방문하는 등 재벌들과 소통할 것을 권했다. 기업들이 번 돈을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두고 투자를 안해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재벌들이 표적이 될 수밖에 없는 점을 설명하고, 법인세 인상 등에 대한 공감을 얻으라는 조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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