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경./사진=뉴스1
대체 뭐길래? 하고 풀어헤쳐보니 그것참.. 버리자니 여전히 나름 쓸 만하고 어떤 것은 버렸다간 죄받을 것 같은 것도 있다. ‘이러니 끌고 다녔지’ 싶은 생각에 다시 싸매고 싶은 충동도 들었지만 억누르고 버렸다. “그걸 왜 버리냐?” “5~7년을 처박아두고 안 쓴 물건을 새삼 쓸 리 있겠냐?” 집사람과 티격태격도 몇 일일뿐 제각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정리하거나 버리는데 이골이 난다.
버리고 싸고 다음은 쓸고 닦고 이다. 짐이 정리된 자리엔 어디나 먼지가 넘쳐난다. 그거나 치우지 싶어 닦다보면 옆도 닦게 되고 그 옆도 닦게 되고 이것만 닦고 버려야지 했던 걸레가 아직 깨끗해서 마저 닦고, 침대 소파 들어냈을 때 먼지가 소복하면 낯뜨거울까봐 또 쓸고, 버릴 가스레인지지만 역시 낯 뜨거워 기름때도 닦고.. 쓸고 닦고 쓸고 닦고 한도 끝도 없이 나오는 쓰레기 버리고 또 버리고.. 오래 산 것 같지도 않은데 웬 삶의 더께가 이다지도 덕지덕지 인지.
정작 이삿날 이삿짐센터에서 나온 아주머니와 확인 차 나오신 집주인 사모님의 집 깨끗이 썼다는 칭찬은 오롯이 마누라만을 향했다.
그렇게 이사를 마치고 세상을 둘러보니 ‘포스코’로 온통 시끄럽다. 포스코건설 베트남법인 비자금 의혹으로 시작, 2009년 2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정준양 전 회장의 임기 동안 진행된 '자원외교' 사업까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고 있다. 정 전 회장 당시 포스코는 MB정권의 주요 국책사업에 적극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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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뿐 아니라 국내서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지난해 초, 포스코 그룹의 고위 간부가 포스코 파이넥스 공장의 석탄처리 기술개발과정에서 5백억 원 규모의 분식 회계를 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18일 MBC가 보도했다.
포스코뿐 아니라 경남기업과 한국석유공사 등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에 한팔 거든 기업들의 비리 수사가 본 궤도에 접어든 모양새다. 이에 대해 황교안 법무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특정인을 겨냥한 표적수사는 없다면서 “법리상 범죄를 구성한다면 성역없이 철저히 수사해 국민들에게 밝혀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 밝혔다.
겨우 4식구 살던 집도 치우는데 한 달이나 걸렸다. 대한민국서 제일 큰 집 청와대를 치우려면 얼마나 걸릴까? 재건축해 때려 부술 것도 아니고 다음 세입자가 들어와 살집이라면 5년이 짧다 해도 쉼 없이 청소해서 깔끔하게 넘겨주는 게 예의 아닐까? 새로 이사와 푸른 꿈을 꾸기도 바쁜데 앞사람 묵은 때나 치우게 해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