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대 후폭풍, BBB 회사채 넘보는 공제회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5.03.19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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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자산으로 보폭 확대 불가피… 연금자산 안전성 우려도 커질 듯

금리 1%대 후폭풍, BBB 회사채 넘보는 공제회


초저금리에 발목 잡힌 연기금·공제회가 '위험등급' 회사채 투자로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고금리 시절 가입자에게 약속한 이율을 되돌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이지만 자산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8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31,650원 ▼900 -2.76%)이 지난 11일 3000억원 규모의 만기 3년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국내 연기금 1곳이 10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냈다. 대체로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해왔던 연기금에서 전체 발행물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뜻밖의 주문을 내면서 대우조선해양은 발행예정금액을 넘는 3290억원의 수요를 모을 수 있었다.



이 연기금은 지난달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회사채에도 5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종 회사채는 장기 업황 침체로 기관투자자들의 투자기피 대상 가운데 하나다.

당초 수요예측 결과에 대한 시장 전망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신용등급이 지난해 말 'A+'로 강등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4월 신용등급 'AA-' 시절에도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가 쓴맛을 봤다. 수요예측 결과가 좋지 않으면 회사채가 발행된 후 시장유통금리가 올라가면서 회사채를 인수한 투자자가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연기금이 예전과 달리 A급 회사채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사상 초유의 기준금리 1%대 시대가 열리면서 우량 회사채만 고집해서는 3~4%대 수익률조차 올리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공제회도 초저금리로 회원들에게 약정한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 수준의 수익률을 거둘 수 없게 되자 A급 이하 회사채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공제회별 회원 지급 연이자율은 △군인공제회 5.4% △경찰공제회 5.3% △교직원공제회 5.15% △행정공제회 5.0% 등이다.

김은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기조가 심해지면서 연기금·공제회 분위기가 발행사의 안정성보다 금리 매력을 중요하게 보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며 "국채 3년물 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연 3% 중반의 회사채 금리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요예측에 앞서 공모 희망금리를 종전 회사채 거래금리보다 0.45%포인트 높은 연 3.38%로 제시했다. 이는 18일 기준 국채 3년물 금리(연 1.859%)의 2배 수준이다.

연기금·공제회 입장에서는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내려오면서 향후 금리가 반등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우량 장기채보다는 신용등급이 다소 낮더라도 금리 매력이 있는 단기채 투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민동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채권은 보통 연 단위로 투자하는데 1~2년 뒤에는 금리가 위로 튈 수 있다"며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우량 장기채만 고집하기에는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LS전선(신용등급 'A+') 등 일부 A등급 회사채 금리가 2%대로 내려앉으면서 연기금·공제회의 관심이 BBB등급으로 추가 하향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말 'BBB-' 등급 수준의 한진해운 (12원 ▼26 -68.4%)이 계열사인 대한항공 (22,000원 ▲100 +0.46%)의 신용보강을 받아 연금리 7%대에 발행한 영구교환사채(EB)에도 중소형 공제회가 다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적잖은 공제회가 '위험등급 투자'에 손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연기금·공제회가 비우량 회사채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산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이달만 해도 동부팜한농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서 2013년에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투자했던 과학기술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이 자금회수에 차질을 빚게 됐다"며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연기금·공제회의 생존 고민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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