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마당이 한가득한 이유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대학강사 2015.03.1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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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생구’ 박노정(시인)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마당이 한가득한 이유


‘그냥’처럼 좋은 말은 없다. 가벼워서 좋다. 부정도 긍정도 아니어서 좋다. ‘그냥’에는 이유가 없다. ‘그냥’은 그냥이다. 가벼운 것은 정처를 두지 않아도 되어서 좋고 생의 무게감이나 의무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니 좋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목적을 띄고 존재하며 그 가치를 다하고자 저마다 무겁다. 그런 존재들에게 대가나 조건을 내걸지 않고 본래 생긴 그 상태 그대로를 ‘그냥’은 인정해 주는 것 아닌가. 지상의 어느 무엇이 존재에게 의무를 지우지 않고 그냥 인정해 주는 것이 있겠는가.
생구는 집을 지키는 의무를 지기 이전 그냥 잘 노는 우주의 법칙을 타고 태어난 것이다. 봄날 마당이 한가득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마당이 한가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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