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첫 1%대] 한은, 전격 금리인하…사상 첫 1%대 금리시대 열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5.03.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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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5개월 만에 2.00%→1.75%…경기부양론에 손들어 준 선택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홍봉진 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홍봉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국내 기준금리를 2.00%에서 1.75%로 전격 인하했다. 이로써 사상 처음으로 1%대 금리시대가 열리게 됐다.

이번 금리인하 결정은 대다수 시장전문가들의 전망을 빗나간 결과다. 앞서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11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92%가 3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앞선 2월 금통위에서 ‘만장일치’ 결정을 알린 터여서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한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3월 소수의견 제시 후 4월 인하’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한은은 이런 예상을 뒤집고 3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렸다. 그동안 한은은 금리를 바꾸기 전에 소수의견을 제시해 시장에 씨그널을 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그야말로 ‘파격’이라는 평가다.



깜짝 금리인하 배경은 무엇보다 최근 국내 경기상황에 대한 위기감의 발로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최근 나온 1~2월 경제지표는 악화 일로였다. 1월 전체 산업생산은 –1.7%로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광공업생산(-3.7%)는 2008년 12월(-10.5%) 이후 가장 낙폭이 컸다. 소매판매도 전월대비 3.1% 감소했다.

[기준금리 첫 1%대] 한은, 전격 금리인하…사상 첫 1%대 금리시대 열려
물가는 0%대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0.52%를 기록했다. 담뱃값 상승분을 빼면 ‘마이너스’ 물가다. 경제계 일각에에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생산감소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나온 이유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이달 초 “저물가 상황이 오래 지속돼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더구나 수출 급감은 걱정을 키웠다. 1~2월 수출입 실적(통관기준)은 수출 866억8300만달러로 전년대비 2.0% 줄었다. 연간 기준 수출 마이너스, 무역 1조 달러 하회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졌다.

엔화와 유로화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1~2월 일본과 EU시장 수출액이 급감했다.

또 중국, 인도 등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췄고 일본도 추가 양적완화를 예고했다. EU는 매월 600억유로의 국채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주변국 양적완화 기조가 이어지는 것도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내수침체를 걱정하면서도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러나 일부 위원들은 “엔저 장기화를 방치하면 수출경쟁력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결정에 정부와 정치권 외풍(外風)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경환 부총리는 디플레이션 우려 발언으로 금리인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환율전쟁’. ‘디플레이션’이란 표현을 빌어 이달에만 두 차례나 금리인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번 결정으로 국내 통화량이 늘어나고 정부의 경기활성화 정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은 추가 상승압력을 받으며 1140원~50원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급증한 가계부채를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말 가계부채 규모는 1089조원으로 전년(1021조4000억원)보다 67조6000억원, 전분기 대비로는 29조8000억원 늘었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액의 60%이상인 42조5000억원이 주택담보대출인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2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조2000억원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8년 이후 2월 증가분으로는 최대치다.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413조6000억원으로 가계대출 총액(566조원)의 73%에 이른다.

정부는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나 한은 내부적으로는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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