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정중동' 코스피, 순환매 언제까지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5.03.0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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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일째 외국인·기관의 대규모 수급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코스피지수의 흐름은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실제 최근 3거래일에 걸쳐 코스피 저점과 고점간 격차는 10포인트 정도에 불과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3거래일간 장중기준으로 코스피 고점(4일, 2003.85)과 저점(5일, 1993.92) 사이의 격차는 9.93포인트였다. 그만큼 변동성이 작았다는 것이다. 3거래일간 고점-저점 격차가 10포인트를 밑돈 것은 2005년 7월6일 9.31포인트 이후 9년 8개월만에 처음이다.



최근 3거래일간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7000억원으로 직전 3거래일 평균치(5조3163억원)에 비해서는 11.6% 줄었지만 여전히 지난해 일평균치(4조원)에 비해서는 17% 가량 더 많은 수준이다. 시장이 침체됐다고 볼 만한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이같은 변동성 감소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코스피가 주간기준 7주 연속으로 상승흐름을 지속한 데다 향후 예정돼 있는 글로벌 주요이벤트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관망심리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또 전 종목의 주가흐름을 반영한 코스피의 변화는 미미하더라도 업종·종목간 순환매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순환매는 그간 투자자 관심권에서 소외됐던 업종·종목으로의 손바뀜을 이르는 말이다. 순환매 매수세는 해당 업종·종목에 단기 주가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처럼 코스피가 변동폭이 작게 움직인 적은 거의 없었다"며 "이같은 현상은 주로 증시가 추세적인 변화를 맞이하기 전인 변곡점 상황일 때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지수변동폭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그 안에서의 업종·종목간 순환매는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 들어 상승폭이 컸던 건설, 화학/정유, 조선 등에 비해 최근 자동차, 금융, 서비스 등 업종의 상승탄력이 강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같은 국면에서는 시장전반이 미미한 변화를 보이지만 특정 모멘텀이 발생하면 상승이나 하락 쪽으로 확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현재 국면이 해소되면 코스피는 다시 상승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순환매 국면을 야기한 변수로는 증시 안팎의 이벤트들이 꼽힌다. 5일(현지시간)에는 ECB(유럽중앙은행) 회의에서의 양적완화의 구체적 방안이 발표된다. 다음주에는 올해 들어 첫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 예정돼 있다. 또 19일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의 기준금리 인상관련 코멘트가 나올 때 시장에 충격이 생길 수도 있다.

현재 외국인·기관간 수급공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코스피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최근 9거래일간 외국인이 1조4300억원을 순매수하고 기관이 6거래일간 1조원 가량을 순매도하는 등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미미한 지수변화, 업종간 수익률 키맞추기 등 현상은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글로벌 유동성 확장기조가 훼손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줄이 급격히 말라버릴 우려가 적다는 기대가 우세하다.

또 최근 코스피에서 증권사를 중심으로 기관매물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시장하락에 베팅했다기보다 파생형 ETF(상장지수펀드)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자동적으로 출회되는 물량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또 기관이 출회할 수 있는 물량이 최대 1조원 정도로 제한적이라는 점도 추후 코스피의 추세상승을 낙관할 수 있는 근거로 꼽힌다.

다만 현재의 순환매장세만 염두에 두고 단기반등할 업종·종목을 찾으려 나서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순환매효과는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기술적 반등에 그치는 만큼 상승추세가 이어지는 업종·종목으로의 집중이 더 낫다는 얘기다.

강현기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상승할 때든 하락할 때든 그 흐름은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고 중간중간 멈출 때가 있는데 바로 이 때 순환매가 나타난다"며 "순환매는 시장참가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매우 빨리 진행되고 완료되기 때문에 순환매 사이클에서 투자기회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현재까지 이어진 상승국면은 유로존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회복에 베팅한 결과"라며 "에너지, 소재, 산업재 등 무거운 산업군이 여전히 주도력을 가지고 있고 시장이 다시 추세상승을 시도할 때도 이들 산업군을 중심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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