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주 사서 80년 묵혔을 뿐인데…45년 새 수익률 123배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5.03.0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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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야 코퍼레이트 리더스 트러스트 B' 1935년 이후 손 안 대…최근 5, 10년 수익률 상위 2%

우량 종목을 사서 장기간 묵혀두는 '매수 후 보유' 전략이 과연 통할까.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같은 가치투자 전문가들이 누누이 강조하는 전략인데 날마다 쏟아지는 뉴스에 일희일비하는 일반인들에겐 언감생심이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3일(현지시간) 최근 로이터 보도를 인용해 지난 80년간 변함없는 투자포트폴리오로 경쟁펀드들 사이에서 상위 2%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가 있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매수 후 보유' 전략이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극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펀드 이름은 '보야 코퍼레이트 리더스 트러스트 B'로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대형 가치주 펀드다. 미국 뉴욕에 있는 금융회사인 보야파이낸셜 아래서 운용된다. 보야파이낸셜은 ING그룹 자회사였던 미국 ING가 2013년 4월 독립회사로 떨어져 나와 지난해 이름을 바꿔 단 회사다.

*보야 펀드, S&P500지수, 다우지수 수익률 추이(위부터, 2014년12월31일 현재, 1970년 말 투자한 1만달러 현재 가치)/그래프=보야파이낸셜*보야 펀드, S&P500지수, 다우지수 수익률 추이(위부터, 2014년12월31일 현재, 1970년 말 투자한 1만달러 현재 가치)/그래프=보야파이낸셜


주목할 것은 이 펀드가 1935년 미국 대기업 30곳의 주식을 똑같은 규모로 사들인 뒤 단 한 번도 임의로 투자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매입한 종목 가운데 듀폰, 제너럴일렉트릭(GE), 프록터앤드갬블(P&G), 유니언퍼시픽처럼 지금까지 명맥을 잇고 있는 회사들의 주식은 그대로 보유하고 있고 버크셔해서웨이, CBS, 허니웰 같은 종목은 분사나 M&A(인수합병)에 따라 갖게 됐다. 펜실베이니아레일로드, 아메리칸캔과 같은 회사는 아예 사라졌다.



보야 펀드가 현재 담고 있는 종목은 모두 21개로 금융주 비중은 낮고 산업, 에너지 업종 비중이 높은 게 특징이다. 순자산은 16억7000만달러(약 1조8320억원) 정도다.

더 놀라운 것은 80년 동안 손대지 않고 묵힌 펀드의 수익률이다. 비슷한 가치주 펀드 가운데도 수익률이 두드러졌다. 펀드정보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보야 펀드의 지난 5년, 10년간 수익률은 경쟁 펀드 내 상위 2%를 기록했다. 지난 5년간 보야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17.32%(수수료 포함)로 미국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보다 1.03%포인트 높았다. 또 10년 동안에는 S&P500지수보다 1.32%포인트 높은 9.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보야파이낸셜에 따르면 1970년 12월에 1만달러를 이 펀드에 투자했다면 지난해 12월에 122만9036달러가 됐다. 45년간 123배 수익률이다. 같은 기간 S&P500지수에 투자했다면 85만2395달러, 다우지수에 투자했다면 21만2452달러가 됐다. 다만 최근 1년 동안 S&P500지수가 16% 이상 오를 때 이 펀드 수익률은 12%에 그쳤다. 펀드에 들어 있는 엑손모빌, 셰브런 같은 대형 에너지주가 국제 유가 급락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야 펀드가 '매수 후 보유' 전략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인 가치 투자에 자신 없는 투자자들이 차선책으로 시장 지표를 따라가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데 보야 펀드가 인덱스펀드보다 더 나은 실적을 냈다는 설명이다. 로이터는 인덱스펀드를 만든 존 보글 뱅가드그룹 설립자도 자신이 대학생이었던 1950년대의 보야 펀드를 떠올리며 "나쁜 생각 같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크레이그 왓킨스 코노버캐피털매니지먼트 투자 애널리스트는 보야 펀드의 가치 투자 전략은 버핏의 접근법과 비슷하다며 보야 펀드에서 두 번째로 투자 비중이 높은 종목이 버크셔해서웨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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