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외국인 민감주베팅 이어질까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5.03.0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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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5개월만에 2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외국인이 순매수한 종목의 면면에 관심이 쏠린다. 외국인은 지난달 중순 이후 10여일 동안 1조4000억원 가까이를 순매수, 코스피 상승을 견인한 바 있다.

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23% 오른 2001.38로 마감, 지난해 9월30일(2020.09, 종가기준) 이후 5개월여만에 처음으로 2000선에 안착했다. 이날 코스피는 기관매물에 밀려 한 때 1995.93(-0.04%)까지 밀리기도 했지만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시간이 갈수록 꾸준히 늘어난 덕에 2000선 안착에 성공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순매수는 지난달 11일부터 본격화됐다. 지난달 11일 이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조3927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각각 1조1000억원, 1500억원을 순매도한 개인, 기관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기간 외국인 매수상위 30개 종목 중에는 지난해 조정장세에서 낙폭이 컸던 경기민감주들이 눈에 띈다. LG화학 (373,500원 ▲500 +0.13%)(2위, 1298억원) 롯데케미칼 (100,000원 ▼400 -0.40%)(18위, 362억원) 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21위, 289억원) 등 화학·정유주, 현대모비스 (240,500원 ▼3,500 -1.43%)(3위, 1208억원) 기아차 (118,200원 ▲1,600 +1.37%)(8위, 594억원) 현대차 (249,500원 ▼500 -0.20%)(9위, 574억원) 등 자동차주, 포스코(5위, 848억원) 현대제철 (31,500원 ▲50 +0.16%)(23위, 261억원) 등 철강주,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16위, 426억원) 대림산업 (50,500원 ▲900 +1.81%)(25위, 244억원) 등 건설주가 그 예다.



이들 경기민감주는 올들어 상승폭이 컸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연말 이후 코스피는 4.48% 오른 데 비해 코스피 화학업종지수는 17.03% 올랐고 건설업 지수도 25.11% 상승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외국인 순매수가 본격화된 운수장비 업종지수와 철강업종지수의 상승률은 각각 5.22%, 4.74%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3.38%)을 웃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이 경기민감주를 사는 첫 번째 요인으로 올들어 유로존 양적완화, 중국·호주 등의 기준금리 인하 등이 가시화되며 글로벌 경기모멘텀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강현기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민감주를 매수한다는 것은 글로벌 경기모멘텀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ECB(유럽중앙은행) 양적완화로 인한 유로존 경기지표 개선, 중국 수출증가 외에도 지난해 글로벌 상품가격 하락으로 인한 국내기업 마진개선 기대감 등이 민감주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급락장세를 거치며 국내 경기민감주의 가격매력이 높아졌다는 점도 외국인 순매수세 유입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노종원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순매수한 경기민감주들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글로벌 유동성이 확장되는 국면에서 경기민감주의 가격메리트가 더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또 "그간 외국인이 올해 들어 꾸준히 순매수한 건설, 화학 뿐 아니라 최근에는 자동차, 철강 등 소외된 업종까지 같이 오르는 현상이 보인다"며 "가격메리트가 남아 있는 대형주에 대한 탐색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외국인이 앞으로도 민감주를 지속적으로 순매수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외국인 매수세 유입을 낙관하는 이들은 글로벌 유동성 확장국면이 이어지는 데다 경기회복 가시화로 민감주의 실적개선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든다.

하이투자증권의 노 연구원은 "오는 5일(현지시간)부터 내년 9월까지 유럽 양적완화가 지속되며 글로벌 유동성이 늘어나면 국내 민감주로의 자금유입은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엠투자증권의 강 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경기모멘텀이 반등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당분간 경기민감업종이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코스피 주도업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경기민감섹터의 실적모멘텀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연한 기대감만 가져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저가매력만으로 추가적인 매수세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김지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이 순매수한 경기민감주들은 PBR이 낮기도 하지만 ROE(자기자본수익률)도 낮다는 점이 문제"라며 "추세적인 외국인 자금유입을 기대하기에는 실적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도 "최근 코스피가 연초 대비 4.5% 가량 올랐지만 유럽 주요국이나 호주의 올해 상승률은 15%에 이른다"며 "여전히 한국시장이 글로벌 주요시장 대비 투자매력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현재 외국인이 국내 민감주에 베팅하고 있다고 의미를 두기 어렵다"며 "외국인이 한국시장에 대해 조금이나마 우호적으로 시선이 바뀌었다는 정도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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