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줄었다고? 깜빡하면 선 넘는 김영란법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15.03.0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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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금품·부정청탁 제공자 처벌은 전국민이 대상…법 자체도 복잡하고 어려워

대상 줄었다고? 깜빡하면 선 넘는 김영란법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이 되는 가족의 범위가 배우자로 크게 줄었지만 이 법이 갖는 파괴력은 여전히 크다.

적용대상이 300만명 선으로 아직도 많은 데다 이들에게 부정청탁을 하거나 수수 금지 금품 등을 제공한 일반인도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전국민이 사정권에 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접적인 적용 대상자들도 규제 대상 행위가 광범위하고 다양해 제대로 인지를 못한 채 법안을 위반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수 있다.



◇부정청탁·금품 제공시 처벌은 전국민이 대상 =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은 여야의 최종 협상과정에서 전체 1800여만명에서 300만명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 공직자와 함께 이 법을 적용받는 가족의 범위가 민법상 가족에서 배우자로 국한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반인들이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부정청탁이나 금품 등을 받는 사람 뿐 아니라 제공하는 사람도 처벌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부정청탁과 관련해서는 이해당사자가 직접 청탁을 하는 경우엔 제재가 없다. 하지만 공직자가 부정청탁을 받은 경우 거절의사를 명확히 해야 하고 거듭되는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신고를 해야 한다. 예전처럼 편하게 생각했던 부탁건이 해당 공직자와의 관계가 극단적으로 틀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이해당사자에게 부탁을 받고 자신이 아는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했다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가령 친척 부탁으로 아는 경찰관에서 수사에 선처를 요청했다면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 주변의 부탁으로 선의로 한 민원이 과태료 돌아오게 된다는 얘기다.

금품 등의 수수의 경우에도 받은 공직자 뿐 아니라 이를 제공한 사람도 동일하게 처벌을 받는다. 직무연관성과 관계없이 1회 100만원 이상,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제공했을 경우에는 '3년 이하 지역, 300만원 이하 벌금',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을 불문하고 1백만원 이하의 금품 등을 제공했을 경우 '수수금액 2배 이상 5배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물론 금품 제공으로 인한 처벌은 모둔 국민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전 처럼 지인에게 술이나 식사, 선물 등을 제공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품 범위 넓고 예외 해당 판단도 어려워 =법안이 상당히 손질되긴 했지만 여전히 애매한 부분이 많다는 것도 나도 모르게 김영란법의 희생양될 가능성은 높이는 대목이다. 금품 등에는 유무형의 모든 가치가 포함된다.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물품, 숙박권, 회원권, 입장권, 할인권, 초대권, 관람권, 부동산 등의 사용권 등의 재산적 이익, 음식물ㆍ주류ㆍ골프 등의 접대ㆍ향응 또는 교통ㆍ숙박 등의 편의 제공, 채무 면제, 취업 제공, 이권 부여 등 그 밖의 유형ㆍ무형의 경제적 이익 등이다. 자신이 제공하는 편의가 김영란법의 규제 대상인 금품 등에 속하는지 아닌지를 항상 염두에 둬야 실수를 하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또 형사처벌 기준이 1회 100만원 이지만 누적해서 1년에 동일인으로부터 300만원 이상을 받을 경우도 해당되기 때문에 자주 만나는 사람인 경우에는 누적 금액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법안에 금품 등의 수수가 허용되는 경우가 적시돼 있지만 역시 모호한 부분이 많아 이에 해당되는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예외 조항 중 원활한 직무 수행 등을 목적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가액 범위내 일 경우가 있는데, 원활한 직무 수행의 범위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살펴야 하고 대통령령에서 어느 금액까지 허용될지도 봐야한다. 대통령령이 현행 공무원윤리강령을 준용할 경우 식사와 선물은 3만원 이하, 경조사비는 5만원 이하 수준에서 허용될 수 있다. 물론 원활한 직무 수행이라는 조건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이 밖에 다른 법령, 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도 예외 사유인데 역시 사회상규라에 해당하는 행위인지 판단이 쉽지가 않다.

부정청탁의 경우에도 판단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법안에서 부정청탁 행위유형을 15개로 구체화했지만 갯수 자체가 많고 거의 모든 공직과 관련한 업무들이 다 해당되기 때문에 역시 저촉 여부를 쉽게 알기가 어렵다. 결국 김영란법의 범망을 피하기 위해선 법안이나 앞으로 만들어질 시행령 등을 숙지해야 하고 그래도 애매한 청탁이나 행위는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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