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처리"→"과잉입법"… 김영란법 '탄생'서 '타결'까지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5.03.0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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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원안도 '민간' 일부 포함… '포괄적 부정청탁'→15가지로 좁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 처리에 대한 협상을 위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2015.3.2/뉴스1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 처리에 대한 협상을 위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2015.3.2/뉴스1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논의 과정은 크게 네 단계로 구분된다.

2012년 8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전 대법관)은 이른바 원안(입법예고안)을 제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입법예고안일 뿐이었다. 이를 정부 내에서 회람한 뒤 권익위가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한 게 2013년 5월이다. 정부안과 비슷한 의원발의 법안 3건도 등장, 모두 4건의 법안(제출안)이 함께 테이블에 올랐다. 여기까지가 1단계다.

정무위는 지난해 5월, 논의를 6월 이후로 넘기면서 몇 가지에 잠정 합의했다. 이 2단계의 핵심은 사립학교와 언론사를 포함한 결정이다.



세번째는 지난 1월 법안이 정무위를 통과한 때다. 금품수수 금지, 부정청탁 금지, 이해충돌 방지 등 세가지 핵심내용 중 이해충돌 방지를 일단 뺐다. 논란이 가장 크고 위헌소지도 상당해 당장 처리가 어렵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법률 명칭에서도 '공직자 이해충돌'이란 표현이 빠졌다.

마지막 4단계는 지난 2일 여야 원내지도부 4+4 최종 조율로 일단락됐다. 적용대상을 민법상 가족(배우자, 직계존비속, 직계존비속의 배우자 등)에서 '본인과 배우자'로 확 줄인 게 포인트다. 부정청탁으로 처벌받는 행위유형도 좁혔다.



이처럼 조항별 내용은 각 단계를 거치며 확대와 축소, 강화와 완화를 넘나들었다.

대상기관 늘고 대상자는 1500만1800만→300만(?)

대상기관은 원래 헌법기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국공립학교, 공공기관(304곳), 공직유관단체(868곳)였다. 이때 이미 민간인도 상당수 포함됐다. 154만여명 가운데 공직유관단체 등 종사자가 35만여명으로 추산됐다. 2단계에 사학과 언론을 포함하면서 '민간'이 난데없이 끼어들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2단계 논의 중 국공립학교와 형평성을 위해 사학(21만명)을, 정부지분이 들어간 KBS·EBS와 형평을 위해 인터넷·방송·신문 등 민간 언론사(9만명)도 포함하자는 명분이 등장했다. 이에 직접 대상자가 180여만명으로 증가했다. 1800만명, 넓게 잡아 국민 2000만명이 대상자라는 해석은 이때부터다.

법안논의가 소강상태이던 지난해 하반기 '원안'대로 사학과 민간언론은 빼자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그러다 4단계에서 극적으로 대상자 범위가 줄었다. 본인과 배우자로 제한되면서 직접대상자는 300여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요컨대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직군이나 기관은 논의 과정에서 점차 확대됐지만 대상자 숫자는 크게 줄어든 셈이다.

부정청탁, 포괄적 규정→열거 방식으로 전환

가장 논란이 적어 일찌감치 합의된 내용은 금품수수 부분. 직무관련성을 불문하고 100만원 넘으면 형사처벌, 100만원 미만시 과태료를 물리도록 했는데 이는 4단계 최종합의안까지 사실상 유지됐다. 논의 과정에서 직무관련성으로 유무죄를 정하고, 액수는 형량의 기준으로만 삼자는 방안이 나오기는 했다.

부정청탁은 원안과 정부안에서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한 것이 논란이 됐다.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민원권발언권까지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반론이다. 이 때문에 3단계 정무위 통과 당시 포괄적 개념을 삭제하고 행위유형을 15개로 세분화, 일일이 열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방식이 4단계까지 유지됐다.

단 4단계 최종합의에선 부정청탁으로 처벌하는 행위 가운데 '기준 위반'은 빼고 '법령 위반'은 남겼다. 공무원이라면 법령으로 규율 가능하다. '기준'은 공직유관단체나 언론 등의 내규를 일컫는다. 법령이면 몰라도 회사별 내규를 국민이 일일이 어떻게 다 알겠느냐는 현실론이 작용했다. 이것까지 처벌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어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부정청탁 규정이 무력화됐다는 우려도 있다.

금품수수와 부정청탁 예외사유는 각각 7개씩이다. 사회상규(社會常規)상 허용되는 금품이나 청탁행위도 예외로 넣었다. 단 사회상규가 과연 어디까지 포괄하는지는 법 통과 이후 시행령 마련 등 후속단계에 남겨진 숙제다. 자칫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사회상규가 제멋대로 해석되지 않게 하려면 법원 판례 등을 끌어와야 한다는 분석이다.

시행령 마련시 논란 불가피…속도론→과잉론 변화

여론은 일관되게 김영란법 통과를 주문했다. 단 국회 논의에 대한 비판 포인트는 정무위를 통과한 3단계를 기점으로 크게 달라졌다.

1~2단계엔 국회가 신중한 논의를 언급만 해도 '후퇴' 또는 '무력화'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왜 법안을 빨리 처리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조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적용대상이나 처벌행위 규정이 위헌소지가 크다는 주장은 이때까지 소수의견에 그쳤다. 1단계부터 민간이, 2단계에 사학·언론이 포함됐지만 그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은 측면도 있다.

그러다 상임위를 통과해 법 통과가 가시권에 들자(3단계) 과잉입법론이 급속 확산됐다. 이때까지 일부를 제외한 국회의원 대부분이 법안 내용을 자세히 몰랐다는 지적도 있다. 정무위가 한차례 공청회를 연 법안에 대해 법제사법위원회가 다시 공청회를 연 것도 이런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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