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300만원이면 이혼 위자료가 달라집니다"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강기준 기자, 구예훈 기자 2015.03.03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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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폐지 이후 기업형 흥신소들 "위자료 더 받으려면 증거수집 의뢰를"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가운데 7(찬성) 대 2(반대)로 형법 241조 간통죄 처벌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사진제공=뉴스1.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가운데 7(찬성) 대 2(반대)로 형법 241조 간통죄 처벌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사진제공=뉴스1.


"전문요원, 전직 경찰, 특수부대 출신까지 다 있습니다. 믿고 맡기십시오."
"남편의 출근부터 퇴근까지 일거수일투족을 매일 생생하게 보고해 드립니다."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이혼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는 흥신소들이 들썩이고 있다. 배우자를 간통으로 형사처벌할 수 없게 되자 흥신소로 상담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선 향후 법원에서 현행 2000~3000만원 수준의 위자료를 높게 책정한 판결이 나오면 흥신소를 찾는 수요가 보다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루 45만원, 남편을 미행해 드립니다"

"간통죄 폐지로 다른 여자와 바람피운 남편을 형사처벌은 못하게 됐지만 대신 돈은 훨씬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선 명예훼손으로 역공을 당할 수도 있으니 한 번 맡겨보세요. 사진, 동영상, 전부 가능합니다."



2일 서울의 A흥신소에는 간통죄 폐지 이후 배우자의 뒷조사를 문의하는 상담이 하루에도 50~60통씩 걸려온다. 이들은 단 몇 주면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각종 증거를 수집해 줄 수 있다며 상대방보다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의뢰인들을 유혹한다.

A흥신소는 일주일에서 열흘 단위로 의뢰를 접수한다. 하루당 40~45만원 상당의 비용을 선불로 요구하지만 고객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은 전문요원이 한 시도 빼놓지 않고 배우자를 따라붙어 불륜 사진과 동영상 증거를 모아 의뢰인에게 실시간 전송해준다고 홍보한다. 눈치 챌 수 없는 첨단장비로 배우자 몰래 차량은 물론 통신추적까지 가능하다고 자랑한다.


5년 이상 베테랑 요원은 물론, 전직 경찰 출신과 특수부대 출신까지 동원한다는 흥신소도 적잖다. 실제 수도권에는 1~2인이 운영하는 영세 흥신소 외에도 많게는 10~20명에 이르는 직원들을 거느린 기업형 흥신소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흥신소를 찾는 의뢰인들은 배우자의 불륜에 대한 의혹을 해결하는 차원도 있지만 배우자가 공무원이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적 지휘가 있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외도 증거를 잡는 것 자체가 파괴력을 가질 수 있고 위자료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도 높은 탓이다.

최근 흥신소들은 배우자와 내연관계인 제3자에까지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데다 간통죄 폐지로 위자료 지급 판결 범위도 이전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이용해 의뢰인을 모집하고 있었다.

◇"간통죄 폐지가 흥신소엔 '호재'…성업중"

흥신소 업계에선 간통죄 폐지로 이전처럼 무리하게 증거를 수집하지 않아도 돼 위험은 줄고 위자료를 더 받기 위한 증거수집 수요는 늘 것이라며 간통죄 폐지를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간통죄가 인정되던 시절에 비해 위자료가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민사소송에 대비한 체계적인 증거수집을 내세운 흥신소들이 성업 중이다.

서울의 B흥신소는 "남편과 내연녀는 물론 시댁이 불륜 사실을 알고도 감쌌다면 위자료를 모조리 다 청구할 수 있다"며 의뢰인에 남편의 가족까지 뒷조사해 주는 조건으로 일주일에 200~250만원을 요구했다.

이들은 배우자가 여러 명과 간통을 하거나 이혼소송 중에도 불륜을 저지를 경우 증거만 있다면 위자료를 추가로 받아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의뢰인을 설득했다.

한 흥신소 관계자는 "재산이 많은 사람의 경우 1000만원 정도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서 한 달 가량 의뢰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남편과 아내가 서로 번갈아 흥신소에 의뢰해 상대방의 약점을 알아보는 경우까지 있다"고 전했다.

/자료=대검찰청/자료=대검찰청
◇법조계 "고객 절반은 흥신소 통해 증거수집"

법조계에선 간통죄 형사고소는 이혼과정에서 민사소송과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간통죄 폐지로 민사소송이 갑작스럽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민사상 위자료 청구 금액이 상향되면 흥신소 시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이혼전문 변호사는 "소송의뢰 고객 중 적게는 20~30%, 많을 때는 절반 정도가 흥신소를 통해 증거를 수집해오곤 한다"며 "이렇게 수집한 불륜현장 사진 등이 다 실제 이혼소송에 결정적 증거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원에서도 소송과정에서 불법 수집된 증거를 문제 삼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간통으로 인한 형사처벌이 더 이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민사소송에서 증거수집을 엄격히 제한하면 피해자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다른 이혼전문 변호사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한 형사사건과는 달리 민사는 카드내역, 문자, 통화내역 등 기본적인 증거로도 충분히 입증이 가능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법원에서 위자료 상향 공감대가 형성되면 무리하게 흥신소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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