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시험대에 선 중소기업중앙회 개혁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2015.03.0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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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시험대에 선 중소기업중앙회 개혁


"시스템과 기능을 개혁하는 것이지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개혁하는 건 아닙니다." 지난달 27일 선출된 박성택 신임 중소기업중앙회장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회에서 개최된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직원들의 근무환경이 급격히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조직개편을 단행하더라도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다.



순간 취임식 장을 가득 메운 임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 역력했다. 박 회장의 발언이 직원들을 의식한 의례적인 멘트가 아니라 조만간 있을 조직개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밝힌 것이라는 쪽에 방점이 찍히는 듯 했다.

취임식 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중앙회 내에서 신임 회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취임 초기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협동조합으로 구성된 중앙회를 조합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상당부분 인력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 재배치 의미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회장의 이번 발언을 놓고 벌써부터 중앙회 개혁 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취임 후 첫 조직개편이 기존 조직의 틀을 바꾸는 능력 중심의 대규모가 아닌 몇 개 특정 부서 신설과 직원 돌려막기식의 소규모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 회장이 후보시절 중앙회의 대규모 조직개편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다소 상반된다는 이유에서다.

박 회장은 지난달 선거기간 중 중앙회에 대해 "조합 목소리를 외면한 일방통행식, 권위주의적 조직"이라며 "조직이나 운영방식 등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며 개혁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 회장의 중앙회 개혁 공약도 대규모 조직개편 전망에 무게를 실어줬다. 그는 중앙회의 조합지원 조직 비중을 현재 20%대 수준에서 60% 수준으로 확대하고 회장직속의 조합 민원실과 지원단을 설치하는 등 파격적인 조직개편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런 이유로 벌써부터 박 회장의 개혁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중소기업 조합 대표는 "신임 회장도 과거 상당수 회장처럼 취임 초기 업무 파악 등을 이유로 중앙회의 소규모 인사를 단행하면서 개혁이 지연되는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25년 간 중소기업을 운영해온 박 회장은 과열선거 논란 속에서 제25대 중앙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는 중앙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회원조합들의 지지가 한몫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런 만큼 박 회장은 그의 말처럼 중앙회를 개혁해 명실상부한 조합지원 기관으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 그 첫 번째 시험무대가 조직개편이다. 시험대에 오른 중기중앙회 개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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