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코스닥이 난리야" 얘기에 솔깃한 49세 양띠 투자자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5.02.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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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82>추종자(follower)의 단점…'귀가 너무 얇아'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지금 코스닥이 난리야", "(후강통 때문에) 중국 증시로 돈이 몰려", "올핸 유럽 증시가 뜰거야"

49세 양띠인 한 모씨는 정형외과 의사다. 그는 최근 대학 동기 모임에서 주식투자를 열심히 하는 동기로부터 이런저런 투자 조언을 들었다. 그리고 구정 연휴 기간 중에 가족들과 친지들부터 비슷한 내용의 주식 얘기를 또 들을 수 있었다.

의사라는 전문직에 종사하다 보니 실시간 증시를 들여다보며 주식투자를 하지는 못하지만 주식시장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지금까지 상당한 자금을 주식시장에 투자해 온 한씨는 구정 연휴 기간 중 뉴스 기사를 검색하며 과연 이들 투자 조언이 맞는지를 확인해 봤다.



실제로 코스닥 지수는 지난 2달 동안 14%가 넘는 랠리를 펼쳐왔다. 그리고 올 2월 들어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배당 증액이 기대되는 몇몇 종목들은 배당 계획이 나올 때마다 큰 폭으로 올랐고, 중국 상해 증시는 지난 3개월 동안 무려 30%가 넘게 올랐다.

지난해까지 투자자로부터 외면당했던 유럽 증시도 올해 들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대표 우량주 50개를 대표하는 유로스톡50지수는 연초 대비 9% 넘게 올랐고, 독일 DAX30지수와 프랑스 CAC40지수도 모두 11% 이상 랠리를 펼쳤다.



한씨는 이제 서둘러 관련 종목에 투자해야겠다고 내심 결정하고 구정 연휴 끝나고 증시가 개장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그는 주식투자를 하면서 늘 남들보다 한두 발씩 늦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자기에게 다른 직업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여기지만 아쉬움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예를 들어, 최근 유행하는 종목에 더 일찍 투자하지 못한 것이 몹시 후회될 때가 많고 또 뒤늦게 주식시장에 뛰어 들면 남들만큼 큰 재미를 못 보거나 주가가 한참 오른 뒤에야 매입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한씨는 이번 코스닥주, 배당주, 중국주식, 유럽주식에의 투자도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라며 구정 연휴 이후의 투자계획에 큰 기대를 안고 있다.


행동재무학에선 한씨와 같은 투자자를 추종자(follower)라 부른다. 행동재무학에 근거한 투자지침서 『Behavioral Finance and Investor Types』의 저자이자 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에 대해 투자 컨설팅을 해주는 해몬드 어소시잇(Hammond Associates)의 마이클 폼피안(Michael Pompian) 이사는 의외로 40대의 전문직(professional) 종사자들 가운데 이런 주식 추종자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개미 투자자들이 남의 얘기에 쉽게 흔들리고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을 따라가는 군중 행위(herding behavior)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고 말한다. 그러나 폼피안은 40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서 이런 군중 행위의 습성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 전문직 추종자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예: 의사, 변호사, 예술가)에선 나름대로 한가닥하지만 주식 투자에 있어선 특별한 소신이나 기준을 갖고 있지 않기에 자기만의 투자 전략을 갖지 못하고 친구나 직장 동료의 말에 의존하거나 아니면 최근 언론에 자주 거론되는 종목에 솔깃해 투자하기 십상이다. 이들은 투자 결정에 있어 귀가 얇은 편이다.

특히 이들은 아주 단편적인 정보만을 살펴보고 금방 투자 결정을 내리거나 친구나 동료와 대화를 하다가 갑작스레 투자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동시에 자신이 투자한 종목을 몇 달이 지나도 거들떠보지도 않거나 심지어 잊어버리기도 해 간혹 매우 참담한 결과를 보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40대 전문직 추종자들은 대체로 주식투자로 대박을 얻기 위해선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걸 이론적으로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들은 자신의 위험 감내(risk tolerance) 정도를 과대평가해 쉽게 '확 질러' 버릴 때가 종종 있다. 일례로, 이들 추종자들은 전문가가 몇몇 종목을 추천해주면 이 가운데서 고르기 보단 전부 다 투자하려 덤비기 때문에 이들에게 투자 조언을 해 줄 때는 너무 많은 종목을 한꺼번에 추천해줘선 안된다고 폼피안은 지적한다.

또 자기 스스로 주식투자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똑같은 투자기회라도 포장을 달리해 설명할 경우엔 완전히 다른 투자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

폼피안은 이들 40대 전문직 추종자들이 우연히 자신의 투자 결정으로 대박을 얻게 되면 자신이 매우 뛰어난 투자자라고 쉽게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한두 번의 주식투자 성공은 이들로 하여금 매우 위험한 투자 결정을 무작정 내리게 만든다.

다만 추종자는 남의 말, 특히 전문가의 조언을 잘 따르기 때문에 훌륭한 투자 전문가를 만나게 되면 그의 주식 인생은 길고 행복해질 수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40대 전문직 추종자들은 자신의 전문 직업에 충실하기 때문에 주가 움직임에 매일매일 연연하지 않고 주식 투자에 그다지 매달리지도 않는다. 따라서 자연스레 장기 투자를 하게 되고 이 덕분에 장기적으론 뛰어난 투자 성과를 벌 수 있다. 이 점은 추종자들의 장점이다.

올해는 양띠해다. 양은 추종자의 단점이나 군중 행위의 폐해를 언급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동물이다. 그러니 한씨와 같은 추종자들은 올해 특별히 더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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