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단만 남겨둔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과 쟁점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김미애 기자, 이태성 기자, 황재하 기자, 한정수 기자 2015.02.1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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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51>] 2심에서 '대선개입' 인정…대법도 '선거 글 비중' 근거로 삼을지 주목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 사진=뉴스1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 사진=뉴스1


지난 한 주 동안 법조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화제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입니다. 정치관여는 인정하면서도 선거에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판결해 논란이 된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선거개입도 유죄로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1심과 항소심 판결의 차이



1심과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원 전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부분에서 엇갈렸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 부분을 무죄로, 항소심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선거운동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능동적·계획적 행위와 당선 또는 낙선의 목적의사가 필요한데, 원 전원장의 행위는 이런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이 1심 판단의 주된 근거였습니다. 특히 선거가 시작되기 오래 전부터 국정원 심리전단이 활동을 해왔다는 점이 국정원의 활동과 선거 사이에 특별한 연관이 없다는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국정원 심리전단이 남긴 댓글 등을 면밀하게 분석한 끝에 다른 해석을 내놨습니다. 내용과 성격에 따라 심리전단이 작성한 글을 '정치 글'과 '선거 글'로 나눈 결과 선거 국면이 시작된 시점을 중심으로 그 비율이 크게 달라졌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입니다. 2012년 초까지만 해도 정치 글이 전체의 과반을 차지했는데 대선을 앞둔 2012년 7월부터 선거 글이 정치 글의 비중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선거 국면이 시작된 시점을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20일이라고 판단한 재판부는 이 시점을 기준으로 선거 글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지적하며 국정원의 선거개입도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두 판결을 둘러싼 시각


1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 법조계 안팎에서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치관여는 했지만 선거에 개입하지는 않았다'는 취지의 판결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당시 한 부장판사는 "국정원 댓글 사건 판결은 '지록위마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면 비판해 논란을 키웠습니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두고 말이라 부른다'는 말로, 거짓된 것을 사실이라 주장하며 타인을 기망하는 태도나 행동을 뜻합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역시 1심 판결을 두고 "댓글에 특정 후보자와 소속 정당에 대한 반대 및 비방 취지가 있었다면 이는 특정 후보의 당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개입일 뿐 아니라 선거개입"이라며 "재판부의 논리는 고안된 궤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같은 비판이 옳든 그르든 1심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던 것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는 비교적 '뒷말'이 적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적인 평가입니다. 왜일까요? 심리전단이 남긴 수많은 글들을 분류하고, 이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판단의 근거로 삼은 만큼 비교적 더 단단한 논리를 구성하고 반박할 여지를 주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남은 것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뿐…쟁점은?

원 전원장은 판결을 선고한 서울고법에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이제 사건은 사법부 최고 권위를 가진 대법원의 판단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쟁점은 선거 글의 비중이 늘어난 것을 근거로 선거개입을 인정한 판단이 적절했는지에 맞춰질 것으로 보입니다. 원 전원장 측 변호를 맡은 이동명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선거 글이 많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북한의 대남 사이버 공작도 선거를 공략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기 시작했고, 심리전단이 이에 대응하려다 보니 선거 글이 폭증했을 뿐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원 전원장이 실제 심리전단의 활동을 지시한 책임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적합했는지도 중요 쟁점입니다. 원 전원장 측은 1심과 항소심 과정 내내 "국정원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원장이 일일이 지시하고 알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비록 시효가 끝나 지난 대선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사실로 인정하는지는 역사적인 판단으로 남을 것입니다. 행정부 수장을 결정하는 대선에 국가정보기관이 불법적으로 개입한 의혹이 사실인지, 대법원이 엄격하고 공정한 저울로 판단해 역사의 거울로 삼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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