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 김 할머니, 관리비 어떻게 줄였나 보니…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5.01.27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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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ics Korea] ④우리동네 공유- 주차·주거·고령화 등 지역문제 해결사로

편집자주 제러미 리프킨의 주장처럼 '소유'의 시대는 끝난 걸까. 소유보다 공유가 익숙한 '위제너레이션(We Generation)'이 등장했다. 우버의 불법 서비스 논란을 지켜보며 공유경제가 기존 시장경제를 잠식한다는 우려와 함께 시장 초기의 통과의례라는 시각도 공존한다. 어느 쪽이든 법과 제도를 논하기 전 이미 젊은이들에게 공유는 라이프 스타일 혹은 창업 기회로 자리잡았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에서 공유경제가 '빛'으로 자리잡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본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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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관리비 고지서에 이 짝대기 5730원이 무슨 의미유?"
성북구 월곡두산위브아파트 제2관리사무소에 103동에 사는 김 모 할머니(73)가 찾아왔다.

"우리 아파트에 남는 주차장을 근처 주민에게 빌려주고 그 이용료를 받아서 관리비를 깎아드리는 거예요." 신 모 소장이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려? 이 아파트에는 노인 혼자 사는 집이 태반이라 주차장이 남아돌지 뭐. 명절에 애들 오면 그때나 주차장이 좀 채워질까. 주차장 더 빌려주고 관리비 더 깎아줘!" 할머니의 특명이다.

"그 주차장 빌리려고 온 사람이 저예요." 인근 주택가에 사는 임 모씨가 '주차장 공유' 안내 플래카드를 보고 들렀다. "먹고 살려면 차가 꼭 필요한데 어디 세워 둘 곳이 있어야지! 그동안 내가 받은 딱지만 모아도 책 한 권은 나올 거요! 없는 사람에겐 그 한 푼이 아쉬운데…"



월곡동 김 할머니, 관리비 어떻게 줄였나 보니…
아파트 입주자 대부분은 정부로부터 한 달에 30여만원을 받는 수급자들이다. 사정이 어렵다보니 관리비를 못 내는 주민도 많다. 이들에게 아파트 내 주차장 공유수입은 결코 적지 않다.

이 아파트는 총 349면의 주차 공간 중 남는 50면을 빌려주고 월 325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 혜택으로 아파트 주민들은 김씨 할머니처럼 한 달에 5000~6000원 가량의 금액이 제외된 관리비 고지서를 받는다.

◇공유주차장, 관리비 줄이고 주차난 해소


초기에 민간 스타트업(start-up)을 중심으로 확산된 공유경제가 지역 내 사회현안을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공공영역에서도 꽃을 피우고 있다.

성북구의 임대아파트 주차장 공유사업이 대표적이다. 남는 주차공간을 빌려주고 그 수익금으로 관리비를 감액해 독거 어르신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효과도 적지 않다.

아파트와 연립, 단독주택이 혼재된 성북구 월곡동은 주차공간 부족으로 이웃 간 갈등이 적지 않았다. 생활도로 불법 주·정차로 화재 등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대처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주차장 공유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 성북구 월곡두산위브아파트의 한 주민이 관리비내역서에서 감액 내용을 살피고 있다./사진제공=성북구청주차장 공유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 성북구 월곡두산위브아파트의 한 주민이 관리비내역서에서 감액 내용을 살피고 있다./사진제공=성북구청
성북구는 주차장 시설개선비를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해, 공유주차장을 꾸리고 운영수입 전액을 건축주와 해당아파트에 지급하면서 골치아픈 주차 문제도 한 시름 놓게 됐다.

입주민은 관리비를 아끼고 아파트는 잡수익이 늘었다. 주차 공간이 없어 불편을 겪던 주민은 집 근처에 주차공간을 확보해 일거다득. 성북구도 주차공간을 새로 짓는 비용이 절감됐다.

고준호 서울연구원 연구원은 "연립주택 등 주차가 불편한 지역의 거주민들이 주차공간 뿐 아니라 차량을 공유하면 골목길 주차문제가 해소되면서 소방로확보 등 사회안전을 높이는데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방차 진입로를 막는 불법주차는 대부분 주차가 어려운 연립주택 및 도시형생활주택에서 발생하는데 이들 지역에 우선적으로 공유차량이 확산되면 화재시 구조 활동도 수월해진다는 것.

고 연구원은 "1면의 주차장을 여러명이 시간대별로 나눠쓰는 공유주차장도 그만큼 비좁은 도심의 공간 효율성을 높여준다. 이렇게 공동주차장 수요가 줄어들면 그 공간을 주차장 대신 모든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월곡3 shvill' 아파트 주민들이 성북구 직원으로부터 주차장 공유 사업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성북구청서울 성북구 '월곡3 shvill' 아파트 주민들이 성북구 직원으로부터 주차장 공유 사업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성북구청
성북구는 종교시설을 포함해 학교, 일반건축물 등의 여유 주차공간 822면을 '공유' 용도로 개방하고 있다. 이 중 임대아파트의 개방면수는 220면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공유문화가 확산되면 교통분야에서 거두는 효과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카셰어링 1대는 일반차량 5대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미에서는 20대의 차량 수요를 카셰어링 1대가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만큼 대기오염도 줄어든다.

고 연구원은 "차량을 나눠쓰는게 대중화되면 신규차량 구입이 줄고 차를 처분하는 경우도 늘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교통수요 관리 측면에서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차량이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생긴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거주자 우선 주차장에서 나눔주차장으로 바뀐 서울 종로구 명륜1가 공영주차장/사진제공=종로구청 올해부터 거주자 우선 주차장에서 나눔주차장으로 바뀐 서울 종로구 명륜1가 공영주차장/사진제공=종로구청
◇경쟁의 질서 아닌 살림의 질서 만든다

성북구가 지난해 지역도서관 2곳에 조성한 '공구 도서관'도 히트를 쳤다. 사용 빈도가 낮은데 가격은 비싸 구입하기 망설여지는 전동드릴 등 공구를 비치해 빌려준다. 지역 인재들이 재능을 공유하는 '공유성북 원탁회의'는 27명으로 시작해 현재 89명으로 늘었다.

주거공간에 여유가 있는 어르신과 지방 출신 대학생을 연결해주는 '한지붕 세대공감'도 청년주거와 독거노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주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노원구를 중심으로 광진구, 서대문구 등으로 확산돼 51명의 대학생들이 자치구로부터 어른신 가구를 소개받아 함께 거주하고 있다. 학생이 집안일을 돕는 대신 주변시세 절반의 월세를 내고 거주할 수 있다.

노원구 관계자는 "어른신들은 자녀들이 성장해 독립한 후 비는 방을 활용해 수입을 얻는 한편 혼자 사는 적적함도 해소할 수 있다. 대학생들도 보다 안전한 공간에서 적은 비용으로 주거를 만족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밝혔다.

마포구 용강동 주민들은 저개발지역 내 빈집을 활용해 물품 및 재능을 공유하는 '삼개나루 좋은이웃 공유센터'를 운영한다. 강동구에서는 장난감 공유서비스가 한창이다. 용산구에서는 7개 인문계 학교가 특화 교육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있다.

전효관 서울시 서울혁신기획관은 "공유는 '경쟁'의 질서가 아닌 '살림'의 질서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며 "사회위기를 타개할 공유활동 확산을 위해 공공자원을 개방하고 공유활동 제도를 만들어내는 등 진일보한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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