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할인'..유아동 용품 '정가'가 있긴 한거야?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2015.01.2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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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할인 행사로 가격 질서 왜곡..업체 과당경쟁이 원인

#올 2월 출산을 앞두고 있는 주부 김미영씨는 지난해 12월 모 업체에서 생산한 유모차를 구입했다. 해당 업체는 내년 신제품 출시와 함께 유모차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올해 출시한 유모차에 대해 할인 판매 행사를 진행한다고 홍보했고, 김씨는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유모차를 구입하기 위해 일찌감치 구매에 나선 것. 그러나 해당 업체는 신제품 출시와 함께 또다시 할인 행사를 준비하면서 김씨는 신제품과 별차이없는 가격으로 구모델을 일찌감치 구입한 꼴이 됐다며 황당해 했다.

유아동 용품업체들의 무분별한 할인행사가 소비자들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다양한 주제로 연일 실시되는 할인행사로 가격질서가 무너지다보니 일각에선 유아동 용품업체들의 제품 가격 산정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유아동 용품업체들은 각종 할인행사에도 불구, 매년 상당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어 할인행사를 호객 목적으로 오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아동 용품업체 할인행사 '홍수'..가격질서 '와르르'=오는 2월 진행되는 대규모 베이비페어 행사를 앞두고 유아동 용품업체들이 할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해마다 다양한 기획사가 수십차례에 걸쳐 진행하는 베이비페어 행사는 유아동 용품업체들의 최대 판매처로 급부상한지 오래다. 따라서 이들 업체는 베이비페어에서 각종 할인 및 이벤트 행사를 진행해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현장을 방문해 싼 값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문제는 베이비페어와 같은 할인 행사가 1년에 한두차례로 끝나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서 진행된 베이비페어 행사는 대략 60차례 정도다. 뿐만 아니라, 홈쇼핑 단독 기획전 등 다양한 명목으로 진행된 할인 행사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365일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셈이다.



하지만 유아동 용품업체들의 무분별한 할인 행사에 사실상 가격 할인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굳이 행사장을 찾아 할인혜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계속되는 할인 행사에 충분히 싼값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어서다. 심지어 할인에 할인을 더한 행사까지 진행하는 곳도 있어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고 해서 무턱대고 제품을 구입했다가는 오히려 '바가지'를 쓴다는 '우스게 소리'도 흘러나온다.

한 소비자는 "똑같은 제품이 한달사이로 할인행사를 진행하다보니 발품 팔아가며 할인 행사장을 찾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유아동 용품업체 영업이익률 높아..할인은 '꼼수'?=유아동 용품업체들은 지나친 할인 행사에도 불구하고 매년 10%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 침체로 일부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다소 감소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여전히 높은 이익률을 실현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유아동 용품업체들이 산정한 제품 정가에 의구심을 갖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업체들의 지나친 제품 할인을 할 경우 영업 이익율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하루가 멀다하고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

한 소비자는 "업체가 책정한 정가는 허울 뿐이고 사실상 할인 가격이 정가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지나친 할인 행사에 대해 업체들간의 과잉 경쟁을 이유로 꼽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의 가격 질서가 무너진 것은 업계도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소비자들에게 가격 혜택을 주려고 시작한 것이 업체들간의 과당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가격 질서가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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