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G마켓을 인수했더라면…

머니투데이 이진호 벤처1세대멘토링센터 멘토 2015.01.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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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창업 전쟁터에서 승리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청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하다 보면, 내 자신 또한 그들로부터 얻는 것이 많다. '세상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줄 것 이라고 믿는 새로운 시도'를 열정적인 눈빛과 어조로 내게 이야기할 때, 그 젊은 신선함(무모함?)이 종종 내게 뭉클함을 가져다 주곤 한다.

그런데,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이 젊은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두려워(?) 하는 것이 있다는 점이 특이한데 그것들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의 ‘대기업’이라는 존재다.



왜 그런것일까?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왜 스타트업의 성장을 방해하고 때로는 살아남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두려운” 존재로 각인되어 버린 걸까?

그것은 아마도 국내 대기업들이 우리 스타트업들을 협력과 공존의 대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일례로 국내 오픈마켓을 키워온 G마켓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 나갈 때, 그 시장에 관심을 가진 SK그룹은 G마켓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려 하지 않고 11번가라는 별도의 브랜드를 만들어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오랜 기간 거액을 쏟아 부으며 노력했지만, 결국 시장의 1위는 여전히 G마켓이었고 글로벌커머스 회사인 미국의 이베이가 G마켓을 5천억원에 인수한 지금은 더더욱 이기기 어려워 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국내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시가총액 650억달러의 이베이와 결합한 G마켓을 넘어 선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의 대기업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중국의 G마켓격인 ‘타오바오’를 운영하는 회사인 알리바바에 초기 투자하였고, 최근 나스닥에 상장시켜 시가총액 240조원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의 10대 부자들을 살펴보면, 그 중에서 IT중심의 신흥 벤처 세대가 5명이나 된다. 현재 중국의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합친 표현)'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10위 인터넷 기업에 속하며, 이들보다 더 비싼 기업은 아마존, 페이스북, 이베이 등 일부에 불과하다. 이들을 중심으로 중국에서는, 과거에 국영기업들이 풍부한 자금을 통해 해외 자원기업들을 중심으로 M&A를 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해외 브랜드와 기술을 획득하려는 민간기업들의 M&A 행보도 활발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레노버는 29억 달러로 구글 모토로라 사업부를, 23억 달러로 IBM 서버 사업부를 인수해 이제는 휴렛팩커드(HP)를 압박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알리바바는 2억 달러를 들여 미국의 모바일 메신저인 탱고(Tango) 인수를 필두로 33개를 인수했으며, 게임기업인 텐센트는 이미 2년전에 720억을 투재해 카카오톡의 2대주주가 되었으며 최근에는 국내 게임기업에 5천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상하이증권보가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톰슨-로이터스 통계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올해 중국 기업의 M&A 규모가 지난해 동기대비 무려 44% 급증한 3963억 달러(약 434조원)에 이른다.

미국도 구글의 사례에서 보듯이 젊은 벤처 스타트업이 새로운 혁신을 주도하면서 경제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 뿐만 아니라 주도세력으로 성장해서 미국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 구글은 2001년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공식적으로 159개 기업을 M&A했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M&A에 약 176억 달러를 투자한 구글은, 2012년 이후에도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등 공격적 인수합병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2011년까지는 주로 검색서비스와 무선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인수합병을 했다면, 201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사물인터넷 플랫폼과 관련 핵심기술 분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구글의 M&A 행보는 젊고 혁신적인 벤처 스타트업의 미래 기술에 집중돼 있다.

주변이 아랍으로 둘러싸인 경상남도 크기의 작은 나라인, 인구도 8백만 정도 밖에 안되는 이스라엘은 세계적인 ‘창업국가'(Startup Nation)로 잘 알려져 있다. 인구 대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타트업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중 특히 텔아비브라는 도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창업하기 좋은 곳으로 불리운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은 미국 나스닥에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많이 상장됐고, 2013년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IPO나 M&A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760억 달러(IPO 120억 달러, M&A 640억 달러), 한화로 약 83조원에 달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와 기업 문화가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혹여나 실패할 경우에도 전화위복으로 삼고, 또 다른 아이템으로 스타트업을 설립한다고 한다. 어쩌면 성공했을 때보다 쓰디쓴 실패를 맛보았을 때 더 건강한 기업가정신이 생길지도 모른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dealogic)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5,000억 달러에서 8,000억 달러 사이를 맴돌던 세계 M&A 거래 규모는 2014년 2분기에 이미 1조 60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해외 주요 IT기업들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들이 핵심 분야를 보강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M&A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해외기업간 인수합병 및 대규모 투자의 손길이 이제 국내 벤처 스타트업들에게도 조금씩 뻗어 오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쿠팡’과 ‘배달의 민족’에 각각 1,000억원, 400억원을 투자했고, 포메이션8은 ‘옐로모바일’에 1,100억원, 텐센트가 ‘CJ게임즈’와 ‘넷마블’ 합병회사에 5300억원을 투자하는 등 해외 자금이 좋은 조건으로 국내 스타트업에 유입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세계 1위를 달리는 수출 품목은 2009년의 73개에서 2012년에는 64개 품목으로 감소했다. 반면 2012년 기준으로 중국이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품목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485개이다. 2009년 1,231개에서 불과 3년 만에 254개나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64개 품목도 중국의 거센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 산업은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에서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한 모방이 아닌 창조적 파괴를 실험하는 역동적인 스타트업 중에서 세계적인 히든챔피언이 탄생해야 한다. 대기업은 혁신에 약하고 스타트업은 자금과 마케팅에 취약하다. 두 산업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이 글로벌 경쟁시대에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도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력을 가진 대기업과 창조적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스타트업의 아름다운 상생을 통해서 세계적인 ‘창업국가'(Startup Nation)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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