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증시엔 이른바 ‘xxx5년 규칙’이라 불리는 믿기지 않는 현상이 있다. 12개 종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가 처음 만들어진 1885년 이래 미국 증시는 신기할 만큼 끝이 ‘5’로 끝나는 해(예: 1905년, 1935년)에 절대 하락하지 않았다.(관련기사: 120년간 깨지지 않았던 美증시 ‘XXX5년’ 미신)
1885년 이후 세계경제는 제1차 세계대전(1910년대), 경제대공황(1930년대), 제2차 세계대전(1940년대), 한국전쟁(1950년대), 베트남전쟁(1960년대) 등 악재가 계속 이어졌지만 신기하게도 증시는 xxx5로 끝나는 연도에는 단 한 차례도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크게 상승했다.
아래 표를 보면 다우지수는 1885년부터 끝자리가 5로 끝나는 해엔 항상 상승 마감했다. 지금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DJIA)가 만들어진 1896년 이후엔 1965년도를 제외하면 상승률이 모두 20%를 초과했다 (다우지수는 1895년까지는 철도 종목 위주의 단일지수에 불과했다).
이처럼 증시가 100여년의 기간 동안 온갖 악재 속에서도 끝자리가 5로 끝나는 연도엔 절대 하락하지 않고 항상 큰 폭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반복되자 사람들은 이를 'xxx5년 규칙'이라 부르며 여러 각도에서 그 이유를 찾으려 노력했다.
그런데 21세기가 접어들고 첫 번째 5로 끝나는 해인 2005년에 이변이 발생한다. 다우지수가 만들어진 지 120년이 되던 해인 2005년에 ‘xxx5년 규칙’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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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30개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는 0.61% 소폭 하락 마감했다. 증시 폐장 직전 날까지만해도 소폭 상승 마감해 ‘xxx5년 규칙’이 반복되는 듯 보였으나 폐장일에 증시가 크게 떨어지면서 결국 그 해를 하락 마감하고 말았다. 그러나 500개의 대형주로 구성된 S&P500지수는 2005년에도 3% 가량 상승 마감해 ‘xxx5년 규칙’을 굳게 지켰다.
결국 ‘xxx5년 규칙’이 단순한 우연인지 아니면 계속 반복될 수 있는지는 그 다음번 차례인 2015년에 확인해 보는 걸로 미룰 수 밖에 없게 됐다.
그 뒤 10년이 지났고 드디어 ‘xxx5년 규칙’이 검증될 2015년이 시작됐다. 지난 120년 동안 ‘xxx5년 규칙’은 단 한번을 제외하곤 깨지지 않고 지켜졌 왔다. 따라서 이 규칙이 우연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혹은 미신이라 치부하면서도 은근히 이 규칙이 지켜지길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2015년이 시작되고 연초부터 전 세계 증시가 롤러코스터 마냥 출렁이면서 'xxx5년 규칙'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제 유가는 올 들어 크게 급락, 현재 거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증시 전반에 큰 악재로 작용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주엔 갑작스레 스위스가 그동안 고수해오던 환율제를 폐지한다고 발표하면서 전 세계 증시는 또 한 번 급락을 경험했다. 아직 그 여진의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고 19일엔 중국 상하이 증시가 거의 8% 가량 급락, 전 세계 증시가 1월 들어 연일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1월의 절반이 지난 지금 블루칩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미국 다우지수는 이미 300포인트 넘게 빠져 약 1.75% 하락한 상태다. 1월엔 통상적으로 증시가 오른다는 소위 ‘1월 효과(January effect)’도 올핸 그저 공수표가 되고 마는 건지 불분명하다. 또 1월에 증시가 오르면 그 한해 증시도 상승 마감한다는 현상도 있는데 올 1월이 조짐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아 불안감이 더 크다.
이제 다우지수가 만들어진지 130년이 되는 2015년에 ‘xxx5년 규칙’이 과연 지켜질지 아니면 또 다른 예외로 끝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